“알뜰폰 팔았습니다” 실적보고 받은 국민은행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 승인부가조건 위반 가능성 … 국민은행지부, 19개 위반 사례 금융위에 제출

2021-04-14     이재 기자
▲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사옥 앞에서 KB국민은행의 혁신금융서비스 MVNO(알뜰폰) 승인조건 위반을 규탄하고 금융당국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KB국민은행 노동자들이 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사업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취소 여부 결정을 하루 앞두고 금융당국에 지정 취소를 촉구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류제강)는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은 알뜰폰 사업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뒤 승인부가조건을 어기고 갖가지 실적경쟁을 조장했다”며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 승인부가조건 위반 책임을 물어 알뜰폰 사업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기존 금융서비스와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이나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해당 서비스에 대해 규제 적용을 특례하는 제도다. 기간은 2년으로 1회에 한해 연장 가능하지만 승인부가조건을 위반하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14일 열린다.

지부는 이날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승인부가조건 주요 위반 사례 일부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영업점별 알뜰폰 판매 실적을 공유하고, 영업점별 모바일 메신저 단체대화방을 통해 실적을 점검했다. 국민은행 창구노동자와 관리자가 포함된 대화방에서 창구노동자로 보이는 이들은 “바이오 X(건), 오픈 5(건), 청약 X(건), 리브엠 X(건)입니다”라며 판매실적을 보고했다. 관리자로 보이는 인물은 “수고했다”며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다. 영업점장의 알뜰폰 이용 여부를 실적표에 공개하고, 영업점별 권유실적과 이용직원수를 비롯해 △직원이용률 현황 △권유직원 톱(Top) 15 △알뜰폰 월간 권유실적 등 다양한 실적표도 공개했다. 지부는 이런 내용을 토대로 “은행이 실적경쟁을 시켜 알뜰폰 판매가 은행 고유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승인부가조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류제강 위원장은 “그간 금융당국의 승인부가조건을 무시한 은행이 지금은 지부에 ‘10만 가입 고객의 피해가 우려되니 지정 취소 요구를 하지 마라’고 말한다”며 “이런 주장에 앞서 은행은 혁신금융서비스의 승인부가조건 이행에 노력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류 위원장은 또 “이같이 명백한 승인부가조건 위반 사례에도 지정을 연장한다면 금융당국은 승인부가조건 관리감독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또 있다. 지난 2년간 국민은행 알뜰폰 사업 관련 입법을 포함한 규제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8월 알뜰폰 사업 규제 관련한 용역을 발주하고 올해부터 규제개선에 나서겠다고 했으나 뚜렷한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사이 혁신금융사업자가 규제개선을 요청하고 정부가 승인하면 특례기간을 1년6개월 추가 연장하는 혁신금융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