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동자 “노조추천이사 무산, 당정청의 노동자 기만”

윤종원 행장 대상 2차 출근저지투쟁 예고 … 금융노조, 여당 협력관계 재검토 시사

2021-04-13     이재 기자
▲ 금융노조가 12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IBK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무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금융노동자들이 IBK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무산은 당정청이 노동자를 기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상대로 2차 출근저지투쟁도 예고했다.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무산은 당·정·청이 노동자와 한 약속을 미이행하고 기만한 것”이라며 “약속을 기만한 당·정·청은 당장 윤종원 행장을 수거하라”고 주장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기업은행이 제청한 사외이사 후보 4명 가운데 정소민 한양대 교수(법학)를 새 이사로 선임하고, 김정훈 단국대 교수를 재선임하기로 했다.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제외했다. 노조 기업은행지부(위원장 김형선)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당시 적합한 후보를 3명 추천했고, 추가 추천도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기업은행쪽은 3명 중 1명만 최종후보로 선정하고, 사용자쪽이 선정한 3명을 포함해 금융위에 제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선 위원장은 “지부는 올바른 인사를 국민공모 방식으로 추천하려고 했으나 은행쪽이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부담이 갈 것’이라며 만류했다”며 “실질적인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위해 협조했는데 이제와 그런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조추천이사제는 지부가 먼저 요구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1월 윤종원 행장 출근저지투쟁 당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제안한 것”이라며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 윤종원 행장 취임을 위해 청와대가 먼저 들고 왔던 제안인데 노동계 신뢰를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윤종원 행장 임명 뒤 지부는 청와대 인사 낙하산이라며 출근저지에 나섰다. 투쟁이 장기화하자 당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정부·여당 관계자와 윤종원 행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회동을 하고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을 포함한 합의를 이끌었다.

이번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무산과 함께 노조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협력관계를 재검토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박홍배 위원장은 “노동자와의 협약은 선거용으로만 사용하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노조의 방식대로 조합원 의견을 수렴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