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보험설계사 “면담 말고 교섭을”

한화생명 2월 말 교섭 요구에 “당사자성” 따진다며 면담만

2021-03-19     이재 기자

한화생명이 보험설계사의 임금·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은 회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18일로 16일째 농성 중이다.

이날 한화생명 노사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달 25일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지회장 김준희)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지회는 3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한화생명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지회는 사용자쪽이 일방적으로 삭감한 수수료 환산율(환산월초)를 원상복귀하고, 보험계약 해지에 따른 수수료 환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한화생명이 다음달 1일 설립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형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이직 과정에서 퇴직위로금과 보험계약 잔여수수료를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보험설계사 고용보장을 위해 영업규정을 5년간 유지할 것도 함께 촉구했다.

김준희 지회장은 “한화생명이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수수료 환산율을 삭감해 설계사 수수료가 하락했다”며 “이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금지한 보험업법 85조의3을 위반한 것으로 최근 3년간 하락한 수수료 환산율을 원상회복해 소급 적용하고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수료 환산율은 보험금의 수수료 환산 비율이다. 같은 보험금을 받아도 이 환산율 차이에 따라 실제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다르다. 보험사는 필요한 보험상품의 수수료 환산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독려한다.

그러나 한화생명쪽은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대화는 지속하겠으나 교섭은 어렵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교섭을 바로 시작하기 어려워 면담을 지속하고 있다”며 “지회와 회사가 교섭 상대가 맞는지 아직 검토 중이고 사내에 지회와 같은 상급단체에 속한 한화생명지부도 있어 교섭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회는 한회생명이 GA형 자회사를 만들면서 고용이 불안해졌다고 지적했다. 한화생명은 보험상품 제작과 판매조직을 이원화해 판매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는 이른바 ‘제판분리’를 최근 결정했다. 보험설계사에게 기존 계약 해촉과 설립을 앞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위촉계약에 동의하는 동의서를 받고 있다. 지회는 이 과정에서 현재 보험설계사가 관리하는 한화생명보험 계약을 이관하면서 잔여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