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낮은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대법원은 지난 1월11일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여기에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 수정안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산업안전보건 범죄에 대해 기본적으로 ‘과실범’의 한 유형으로 보고,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범죄’의 양형기준을 하나로 묶어 수정안을 제시했다. 산업안전보건범죄의 경우 삶과 생활의 기반인 일터에서 일어나는 범죄이자,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산업안전보건조치를 해태하는 경우도 있으며,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이 높은 나라고, 일반적으로 과실범의 경우 금고형을 선고하나 산업안전보건범죄의 경우 ‘징역형’을 선고한다는 점,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고 있는 범죄의 유형이 다양한 점 등을 감안해 대법원이 굳이 과실범죄의 한 유형으로 산업안전보건범죄의 양형기준을 수정할 것이 아니라 특수성을 고려해 산업안전보건범죄를 따로 떼어내 무겁게 양형기준을 신설하는 것이 타당했다. 과실범인 교통범죄의 경우에도 양형기준은 ‘독립’돼 있다.
두 번째로, 산업안전보건법은 167조에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와 도급인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는데 이번 산업안전보건범죄의 수정안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을 1유형,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을 2유형,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치사를 3유형으로 나눴다. 1유형의 경우 징역 4월 내지 10월, 2유형의 경우 징역 6월 내지 1년6월, 3유형의 경우 징역 1년 내지 2년6월을 기본 양형으로 구성했다. 그런데 도급인과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을 1유형과 2유형으로 굳이 구별할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본 징역형의 상한이 2년6월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징역형의 상한인 7년의 2분의 1인 3년6월보다 1년이 더 낮고, 수정 전 기본 징역형의 상한인 1년6월에서 1년 정도만 늘어났을 뿐이다. 현행 교통사고치상의 경우 기본 양형이 4월 내지 1년, 교통사고치사의 경우 기본 양형이 8월 내지 2년이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교통사고처리법)에 의하면 치사 또는 치상의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에 비하면, 산업안전보건범죄의 경우 법률에서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함에도 기본 양형의 상한이 2년6월인 것은 실로 기업 봐주기나 다름없다. 더구나 현행 사망재해의 경우 기본 양형이 징역 6월 내지 징역 1년6월이므로 하한을 2배 올렸으며, 상한도 2배 올리는 게 타당했다.
세 번째로, 위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 167조는 벌금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번에 수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에는 벌금에 관한 양형기준이 없어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없는 법인의 경우나 벌금형이 기준이 되는 경우 여전히 기존과 같이 노동자가 사업주나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으로 사망하더라도 몇백 만원 정도의 벌금형만이 선고될 수밖에 없다.
네 번째로, 기본양형 자체가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언제라도 집행유예가 가능한 것도 문제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처벌을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하다.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해 6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를 방문해 산업안전보건법의 양형수위를 조정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일터에서 하루 평균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300명이 다치거나 병드는 나라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범죄를 교통사고범죄보다 가볍게 다루는 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이 높은 나라라는 오명을 벗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