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혁신방안] 기수·마필관리사도 경마제도 의사결정 참여한다
기수 기승료·마필관리사 출전 장려금 확대 … 경마운영실무협의회 신설
한국마사회가 마필관리사와 기수의 안전을 강화하고 보상을 확대하는 상생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조만간 사내 의견수렴 등을 통해 방안을 확정하고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마사회는 우선 마필관리사와 기수의 보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주된 수입원인 상금의 지급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상금을 구성하는 경쟁성 상금과 비경쟁성 상금(인센티브 포함) 비율도 통일하고, 비경쟁성 상금 비중을 높인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의 상금 비율은 경쟁성 상금 60.5%, 비경쟁성 상금 39.5%이다. 부산경마공원은 경쟁성 상금 70.7%, 비경쟁성 상금 29.3%다. 이를 각각 경쟁성 상금 60%, 비경쟁성 상금 40%로 통일한다. 이에 따라 비경쟁성 상금에 속하는 출전 장려금도 지급 범위를 넓힌다. 장려금은 8위까지 입상한 말의 조교사와 마필관리사가 받았는데 이를 9위 입상마로 확대한다. 기승료 단가도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1만원 인상한다.
기수·마필관리사 안전·임금 확대
기수와 마필관리사 등이 마사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 경마운영실무협의회를 신설해 운영하는 것이다. 마사회를 비롯해 마주협회와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마필관리사노조 등이 함께 참여해 주요 경마제도 제·개정 심의와 경마운영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다.
또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부당대우에 대한 구제절차를 마련하는 등 기수와 마필관리사를 보호할 장치도 다양하게 강구하기로 했다.
특히 기수와 마필관리사, 조교사 등 경마 관계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023년까지 복지관을 신축한다. 경마장 내 거주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이다.
재해개선 대책도 수립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안전보건공단이 진행한 종합안전진단 결과가 바탕이다.
안전문제를 꾸준히 개선할 수 있도록 기존에 운용했던 경마재해대책 태스크포스를 경마안전협력부로 상설화한다.
기수보호 제도도 마련했다. 조교사가 기수를 선택할 수 있다 보니 부당한 대우를 받을 염려가 크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마련한다. 조교사의 부당지시 금지와 기수에 대한 불이익 금지 조항을 반영해 작성한다. 마사회쪽은 “지난해 6월 기수협회·조교사협회와 협의 및 조율을 마쳤다”고 밝혔다.
기수의 안전관리와 균등한 기회부여를 위해 기승횟수도 서울경마공원 8회, 부산경마공원 7회로 제한한다.
“기수·마필관리사 죽음에 대해 많이 고민한 듯”
마사회의 이런 방안에 시민사회는 환영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마필관리사와 기수의 죽음에서 시작한 마사회의 문제에 대해 마사회가 많이 고민하고 논의한 결과”라며 “방향성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임금체계는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비경쟁성 상금 비중 확대만이 아니라 지금의 임금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기수와 달리 마필관리사는 자신이 어느 마방(마구간)에 속했는지에 따라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구조라 불합리하다고 느낄 여지가 커 임금체계에 대한 별도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사회는 혁신방안을 설연휴를 전후해 확정하고 발표할 전망이다. 마사회는 마필관리사와 기수가 잇따라 사망하는 과정에서 마사회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지난해 7월부터 회계법인에 의뢰해 마사회와 경마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해 왔다.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이 의장을 맡아 혁신방안 마련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