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직위에서 또 ‘직무급’ 꺼내 든 정부, 노동계 “결과 뻔한 논의 반대”
복지 3종 세트 이행엔 ‘공감’ … 법제화 논의 시점은 ‘이견’
정부가 공무직위원회에서 직무급제 도입방안을 논의에 부치려다 노동계 반발로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열린 공무직위 발전협의회 7차 회의에서 고용노동부 공무직위원회 기획단은 △직무·직급체계 마련 △공무직 임금체계 개편안 마련 △임금 및 수당격차 해소를 다루는 발전협의회 산하 임금의제 협의회 신설을 제안했다.
기획단 관계자는 “노동계의 의제별 협의회 구성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임금체계와 임금 격차 문제 해소를 전반적으로 논의하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의제별 협의회를 전문가 중심의 최소 인원으로 구성해 신속한 논의를 하자고 했다. 노동계와 정부 위원이 각각 2명, 노정이 각각 추천한 전문가 4명과 발전협의회 의장을 포함한 9명 규모로 의제별 협의회를 꾸리자는 것이다.
“개편방향 정해 놓고 논의? 올바르지 않아”
노동계는 직무급제로 한정해 임금체계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 1본부장은 “임금체계는 연공급이나 직무급 등 다양한 방식이 있고, 이를 열어 놓고 논의해야 하는데 직무·직급체계라는 방향을 정해 놓고 접근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임금문제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고, 의제별 협의회 구성도 아직 합의에 이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동계가 직무급이라는 표현에 민감한 것은 정부가 과거에 도입을 시도한 적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 청소·경비·시설관리·조리·사무보조 5개 직종을 표준직무로 선정해 표준임금체계를 마련해 적용하려다 노동계 반발로 중단했다. 당시 표준임금체계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설계해 승급을 거듭해도 최저임금의 1.4배에 불과해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직무급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개별 기관이 노사합의로 표준임금체계를 도입했지만 정부안보다 임금수준이 낮아 논란이 컸다.
7차 발전협의회에서는 이 밖에도 복리후생 3종 세트 이행조치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의 공무직 종합실태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복리후생 3종 세트 미지급 기관에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조치다. 2017년 7월 노동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상 지급기준인 복지포인트 연 40만원, 명절상여금 연 80만~100만원, 급식비 월 13만원을 지급하지 않는 기관에 미이행 사유를 보고하고, 구체적인 소요 예산과 향후 이행계획을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이달 말까지 이행점검을 마치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예산편성과 이행계획 점검을 할 계획이다.
노동계 “공무직 법제화, 임금체계 개편 동시 검토”
정부 “처우·인사·복무관리 종합 검토 뒤 다루자”
공무직 법제화도 논의테이블에 올랐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정부는 공무직 법제화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제별 협의회를 신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처우와 인사·복무관리 등 전반적 사항을 종합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 입장은 다르다. 임금체계 개편 논의와 법제화 논의가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재·보궐 선거와 각 당의 대통령선거 경선 등 일정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공무직 법제화를 비롯한 민감한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우려가 있다며 시급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직위 발전협의회 다음 회의는 9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