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죽음 잇따르는데 개선책 없어”

동탄물류센터 유족·노동계 “쿠팡은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2021-01-20     강예슬 기자
▲ 공공운수노조

“착하고 배려심 많은 동생이 두 아이를 남기고 먼저 갔습니다. 많은 게 원망스럽습니다. 그중에서도 기본도 안 갖추고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쿠팡이 제일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A씨는 지난 11일 동생을 잃었다. 그는 그날 사회복지사였던 동생 B(50)씨와 함께 쿠팡 동탄물류센터 야간조로 일했다. 일을 마친 새벽 5시20분께 퇴근 전 마지막으로 들른 화장실에서 동생이 쓰러졌다. 동생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A씨는 “난방시설도 없었고, 핫팩도 밤 10시가 다 돼서야 1개씩 나눠 줬다”며 열악했던 노동환경을 증언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공동대표 권영국·박승렬)가 19일 오전 경기도 화성 쿠팡 동탄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업무 통제가 죽음의 원인”이라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B씨의 사인은 심장 쇼크사로 추정된다는 부검의 소견이 나온 상태다.

쿠팡 물류센터 안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인천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계약직 노동자는 새벽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같은해 10월 경북 칠곡물류센터에서 밤샘근무 후 귀가한 20대 노동자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권영국 공동대표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이어지고 있는 사망사고가 우연이거나 개인적인 문제로 볼 수 없다”며 “특별한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대부분 심장마비 혹은 심근경색으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정부와 감독당국이 언제든 사람이 죽을 수 있는 환경으로 치닫는 물류센터를 특별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쿠팡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높은 노동강도는 잘 알려져 있다. 쿠팡은 실시간 UPH(Unit Per Hour) 관리시스템으로 노동자들의 작업속도를 극대화한다. 이 시스템은 근무평가·재계약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조와 지원대책위원회가 B씨 사망 뒤 복수의 동탄물류센터 노동자와 인터뷰한 내용에는 “센터 안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난방기구가 전혀 없었다”며 “하도 추우니 포장용 ‘뽁뽁이’로 신발을 감싼 분도 있었다”는 증언이 담겨 있다. UPH에 대해 노동자들은 “단기(계약직)들은 다음 지원시에 혹시 참고하게 될까 봐 불안해한다”고 언급했다.

노조와 지원대책위는 “쿠팡은 언론과 외부 영입인사를 통해 비정규직 고용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추는 일을 중단하라”며 “노동자가 존중받으며 일할 때까지 함께 싸워 가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고인은 일용직 근무자로 지난달 30일 첫 근무 이후 총 6일 근무했다”며 “주당 근무시간은 최대 29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또 “쿠팡의 모든 물류센터는 화물차량의 출입과 입출고가 개방된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냉난방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