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
권태용 공인노무사(영해노동인권연구소 대표)
요즘 뉴스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데도 언론에서 반짝 다루거나 자막으로 축소해 다루는 내용도 많이 있다. 바로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농산물·수산물 채집과 생산에 종사하고 있는 농어촌 이주노동자 이야기다.
며칠 전 언론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이주노동자가 겨울 한파에도 사업주가 제공하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생활하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짤막하게 보도됐다. 현재 경찰과 고용노동부 조사가 진행 중이라 사망원인은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사업주의 이윤 절감과 이주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존중을 비교형량했을 때 이윤 절감이 우선됐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으로 여겨진다.
비닐하우스는 농작물을 기르는 장소이지 인간이 생활하기에는 열악한 환경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물론 지금도 가난한 시민들이 비닐하우스 또는 이와 유사한 곳에서 삶을 영위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내 아무런 지인도 없는 곳에 온 이주노동자들의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주노동자 인권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운동가에게 물어 보니 “도시의 제조업에서 노동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도 열악하지만,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가 머슴을 부리는 것처럼 인식될 정도로 열악함은 상상할 수 없다.” “비닐하우스 숙소를 사용하고 있는 농어촌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사업주로부터 성희롱·성추행 등 인권침해도 많이 일어나고 있고 근무시간 외적으로도 사업주 지배관리하에 있어서 더 심각한 문제다”라고 답했다.
내가 살고있는 지역은 농어촌지역인데, 1년반 전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이주노동자 4명이 집단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업주가 8년 동안 작업을 하지 않았던 수산물 폐기물 지하탱크 청소를 위해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을 차례로 들어가게 했다. 그 안의 암모니아를 포함해 인체에 해로운 각종 유독가스에 질식사한 업무상과실 사고로 밝혀졌다. 사업주는 이주노동자 유족들과 합의한 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런데 ‘숨진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가 아닌 국내 정주노동자였으면 마스크도 없이 지하탱크에 들어가라고 할 수 있었을까? 국내 정주노동자였으면 사업주의 지시를 따랐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에서는 매년 질식업체 현장점검을 한다고 하지만 형식적으로 했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이외에도 2016년 경북 고령 제지공장 원료탱크 이주노동자 사망사고, 2017년 경북 군위 돼지축사 이주노동자 사망사고 같은 죽음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즉시 제정돼야 한다. 나아가 노동부 차원에서 농어촌 이주노동자 실태에 대해 즉각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