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헌법소원 제기, 그리고 검찰개혁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2020-12-07     이용우
▲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검사징계법 5조2항 2호와 3호가 검찰총장에게 적용되는 한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와 효력정지신청을 제기했다고 한다. 주장의 주요 논거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징계위 구성을 주도하는 것은 소추와 심판의 분리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등 공정성 담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받아 일부 언론은 해당 조항이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2. 통상 임면권자(사용자)의 징계권에는 징계의결요구(징계청구), 징계위원회 구성, 징계심의·의결, 징계처분(집행) 등의 권한이 모두 포함된다. 그런데 법관·검사·공무원·교원 등의 경우에는 징계의 신중을 기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이와 같은 징계권의 행사 주체를 세분화하고 있다. 그러나 본래 징계권은 임면권자에게 그 권한이 존재하는 것이고(사유와 절차의 정당성은 별론으로 하고), 일반 사업장은 사용자가 이런 징계권을 일괄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권, 징계위 구성권, 징계심의·의결권, 징계처분(집행)권을 모두 다른 사람에게 부여해야 할 당위는 없고, 징계의 세부 권한을 누구에게 부여하고 각 절차를 어떻게 구성하고 체계화할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다.

3. 한편 법관징계법은 대법원장이 징계청구를 하고 대법원장이 구성하는 징계위에서 징계심의·의결을 하는 경우가 있고(법원 내 다른 기관장이 징계청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가공무원법과 이에 근거한 공무원 징계령도 징계의결요구권자와 징계위 구성을 주도하는 자가 동일한 경우가 상당하며, 사립학교법과 교육공무원법에 따른 교원에 대한 징계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현행 법령은 징계권의 행사 주체를 세분화한 경우에도 징계청구권자와 징계위 구성권자가 동일한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거나 다수 확인된다.

4. 이번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관련,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징계를 청구하더라도 검사징계법상 징계심의·의결은 징계위원회가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징계처분(집행)은 대통령이 하게 되므로 징계청구를 한 장관이 징계위 구성에 권한을 행사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입법이 징계권 행사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심지어 위헌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다른 공무원 등에 대한 징계 관련 법령의 내용과 입법자의 재량에 비춰 보면 현행 검사징계법의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과도해 보이다. 여기에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 구성을 누가 했는지와 별개로 결국 징계심의·의결은 위원들이 독자적 판단으로 진행하는 것이고, 징계혐의자의 변론권과 징계위원들에 대한 기피신청권 등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하는 기타 규정까지 함께 고려하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징계위원회 구성까지 주도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조항을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5. 이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검찰총장은 왜 이 문제를 헌법재판소로 끌고 간 것일까? 심지어 인용 가능성이 희박한 효력정지신청까지 포함해서. 법 해석과 법논리에 근거한 판단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사안을 헌법적 차원에서 논쟁화하고 갈등 국면을 지속하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의 수장이 최근의 어수선한 국면에서 또 하나의 공방이나 갈등 정도로 취급될 이와 같은 법적 대응을 추진한 것이 과연 적절한 선택,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심히 의문이다.

6. ‘추미애·윤석열’ 사이의 일련의 갈등과 공방, 이에 대한 언론의 경주마식 보도가 계속되는 사이 본질적 문제인 검찰개혁 논의는 온데간데없다. 현 정부 들어 검찰개혁이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됐고 일정 부분 추진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개혁은 이제 출발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계속된 갈등 상황이 자칫 검찰개혁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7. 하여 이제 다시 검찰개혁에 주목해야 한다. 장관과 총장의 갈등에 일일이 주목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국면을 다시 검찰개혁의 본류로 돌아오게 하는 의제설정과 강력한 정책추진에 힘을 모아야 한다. 법 제정 후 출범도 못 한 공수처의 신속한 출범과 안착, 수사권 조정의 제도적 보완과 구체적 시행, 공판중심주의 강화 및 실질적 구현 방안 모색, 인권수사원칙의 실질화, 구형기준의 공개와 공론화(법원의 양형기준처럼), 법무부 탈검찰화, 검찰 인사제도 개선,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사항에 대한 신속한 이행 등 후속 과제가 산적하다. 이와 같은 산적한 과제에 비춰 보면 작금의 ‘추·윤’ 갈등은 답답할 노릇이다.

8.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과거의 검찰권 오·남용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에 누구도 이견을 달기 어렵다. 검찰 또한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못한다. 그런데 지금의 갈등 국면은 검찰개혁에 저항하려는 세력에게 반가운 상황이다.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개혁의 저항세력은 쉽게 집결하고 이를 통해 검찰개혁을 무산시키려 한다. 다시 검찰개혁이라는 모토로 개혁의 저항에 맞서 법·제도의 구체적 추진 흐름을 만들기 위한 활동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