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지침 홍보하면 2만원씩 줄게?] 노동부, 임금체불 감독 사업에도 2대 지침 홍보사업 끼워 넣기

근로조건 자율개선사업비 4억원 늘려 지침 홍보·확산에 3억3천만원 배정

2016-10-19     김봉석

고용노동부가 사업장에서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 같은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지 감독하라고 편성한 사업에 2대 지침(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홍보를 슬그머니 끼워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원사업(자율개선사업)을 위탁받은 경영단체와 한국공인노무사회에 1건당 2만원의 성과급을 주며 홍보를 독려했다. 노동부는 이 사업에 18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는데, 2대 지침 홍보와 확산에만 최대 3억3천만원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2대 지침 오남용 가능성을 지적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노동계가 "쉬운 해고를 조장한다"며 2대 지침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동부는 정부정책 홍보 사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예년에 없던 2대 지침 홍보비 배정

노동부는 올해 6월부터 전국 1만2천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자율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 노동관계 전문가가 사업장에서 임금체불이나 근로계약서 미작성, 최저임금 위반 같은 위법이 일어나지 않는지 확인하고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도우라는 게 이 사업 취지다. 근로감독관의 정기·기획 감독과 함께 부족한 근로감독 역량을 보충하고 자율개선을 도모한다는 것으로 2009년부터 시행됐다. 한국공인노무사회와 한국경총·대한상의가 주로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한다.

그런데 올해 사업비에는 예년과 다른 항목이 포함됐다. 올해 5월 작성된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원사업 운영지침’에 따르면 노동부는 매년 노동관계법 위반 적발건수와 개선 지원건수에 따라 일종의 수수료 형태로 위탁사업비를 지급했다. 올해는 위탁사업비 항목에 ‘2대 지침 홍보물 배포·설명’을 추가하고 사업장 한 곳당 2만원의 위탁수수료를 배정했다. 해당 점검대상은 4천곳으로 홍보비에만 최대 8천만원이 쓰인 셈이다.

또 능력중심 인력운영 확산지원(2대 지침 등 임금체계개편 지원)이라는 새로운 사업 항목을 만들고 2억5천만원(1천곳×25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자율개선사업 예산은 2014년 14억8천300만원에서 지난해 14억900만원으로 8천만원 가까이 줄었다가 올해 18억900만원으로 4억원 늘었다. 늘어난 예산 4억원 중 3억3천만원이 2대 지침 홍보·확산에 배정됐다.

일부 지역에서 적극 안내 독려

자율개선사업에 참여하는 공인노무사를 포함한 위탁사업자들을 불러 모아 2대 지침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독려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상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비젼)는 “노동부 관할지청에서 설명회 며칠 전부터 참석 여부를 독촉·확인했고 당일 참석하니 2대 지침에 대해 설명하고 적극 안내를 당부했다”며 “노동계에서 반대하고 논란이 많은 사항인데 홍보를 강요하는 것 같아 참석했던 분들 다수가 불쾌해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설명회를 개최한 김상수 노동부 서울관악지청장은 “2대 지침을 설명하고 현장에 안내해 달라고 당부한 것은 사실이나 강요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사업장에서 물어볼 수도 있으니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동부 역시 “경영단체나 노무사회에 홍보를 강요한 것이 아니라 적극 안내한 분들에 한해 별도의 위탁사업비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며 “정부는 적극 안내할 뿐 적용 여부는 사업장별로 판단할 사항”이라고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2대 지침의 경우 인권위에서도 오남용 우려를 지적했다. 인권위는 올해 8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안내서·참고자료라는 것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노동부에 권고했다. 사실상 홍보비에 해당하는 2대 지침 홍보·확산 예산을 자율개선 사업비에 책정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영 한국노총 대변인은 “자율개선사업은 법 위반사항을 점검하고 개선하자는 취지로 2대 지침 홍보와는 전혀 별개 사업이라서 예산 오용에 가깝다”며 “더군다나 온 나라가 김영란법으로 떠들썩한 시기에 노동부가 2대 지침 홍보를 위해 돈으로 노무사들을 매수하려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