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권 금융회사 23곳에 모피아 낙하산 124명 투입”

민병두 의원 국회 토론회서 밝혀 … 금융위 해체 방식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요구

2014-03-28     한계희

23개 시장지배적 금융회사에서 지난 4년간 임원이나 사외이사를 지낸 퇴직 재무관료(모피아)·금융관료(금피아) 출신 낙하산 인사가 124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위원회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야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민병두·이종걸·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다. 토론회는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피아 개혁과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필요성’을 주제로 열렸다.

“한국의 금융은 모피아 왕국”

민병두 의원은 ‘모피아와 관치금융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발전에 왜 해로운가’라는 주제의 발제문에서 “한국의 금융은 정책도, 감독도, 업계도, 대형 로펌도 모피아가 장악하고 있는 모피아 왕국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23개 금융회사의 모피아·금피아 낙하산 규모가 124명이라는 자료를 제시했다.

금융지주·은행·보험·증권업종 상위 3~5개 회사의 임원과 사외이사·감사를 포함한 숫자다. 자료에 따르면 재무관료 출신 인사는 86명, 금융관료 출신 인사는 38명이다. 중복 여부를 감안하지 않고 매년 금융회사의 임원·사외이사 인원을 더해 추산한 것이다.

금융회사별로 중복 인원을 한 명으로 환산하면 전체 낙하산 인사는 55명으로 집계됐다. 23개 회사 중 관료 낙하산이 없는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민 의원은 “한국 금융이 모피아 생태계를 조성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관료 주도의 감독이 지나치게 강해 업계에 있는 ‘노년 모피아’를 현직에 있는 ‘청년모피아’가 배려하는 상황으로 전락했다”고 우려했다. 세대 간 연대에 기반한 일자리 공동체가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관치금융에서 벗어나는 해법으로 ‘공적 집행구조와 사적 집행구조의 균형’을 제시했다. 민 의원은 “사적 집행구조의 대표적인 제도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며 “기본적으로 민법 체계에 의존하는 것이라 민간의 자율성에 기반해 작동하는 동시에 시장실패와 관료실패를 동시에 극복하는 제3의 대안으로 적극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그는 금융감독의 독립성 강화와 낙하산 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금융위 해체하고 독립적 감독기구 구성

이날 토론회에서는 금융위원회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금융학과)는 ‘올바른 금융감독체계 개편방향’ 발제문에서 "금융위가 맡고 있는 산업정책 업무와 감독정책 업무를 분리해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정책 업무를 기획재정부로 옮기자는 제안이다. 기재부가 비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예산기능을 담당하는 별도부처 신설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안도 내놓았다.

윤 교수는 특히 "감독기구를 신설해 금융위 감독정책 업무를 이관하자"고 제안했다. 신설하는 감독기구는 국회와 감사원의 감시를 받는 공적 민간기구로 만들자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금융위설치법) 개정안이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설립취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개정안은 감독정책 기능을 건전성 감독업무와 영업행위·자본시장 감독업무에 따라 조직을 분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한편 토론자로 참석한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경영대)는 “모피아 개혁을 위해 낙하산 금지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관료 중심 권력구조에 대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입증책임 부담이나 과다한 소송비용으로 우리나라 사법체제는 피해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사법체계 개혁과 사법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