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씨 자살에 노동정국 ‘안갯속’
노동계, 삼성전자서비스 겨냥 … “문제 해결돼야 장례 치를 것”
지난달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최종범(32)씨를 ‘열사’로 규정한 노동계가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탄압 중단과 유족보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금속노조(위원장 전규석)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9~10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전후해 노사정 간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속노조 “공개사과·노조탄압 중단” 요구=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민주노총 충남본부로 구성된 ‘삼성자본에 의해 타살된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는 4일 첫 회의를 열어 투쟁계획과 요구사항을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3일 대책위에 따르면 우선 △고인의 명예회복 △유족보상 △삼성전자서비스의 공개사과를 촉구한다. 대책위는 특히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최씨가 최근 업무감사에서 회사측으로부터 집중 추궁을 받았고, 본사 방침으로 일부 센터의 서비스지역이 축소돼 일감과 소득이 감소한 것에 대한 문제해결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표적감사와 지역 쪼개기 문제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와 지회가 그동안 강조해 온 위장도급 문제해결까지 요구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서비스와 각 지역센터와의 관계에 대해 적법도급으로 판정했기 때문에 협상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전규석 위원장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사용자성을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내세우나=대책위는 삼성전자서비스와의 협상이 타결될 경우 민주노총장으로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과의 노사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가 금속노조와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대신 협력업체 사장을 내세워 사태수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최씨의 죽음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이제근 천안센터 사장이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사장은 “유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문제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조가 문제 삼고 있는 업무감사와 지역센터 서비스지역 축소와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활동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주목받는 민주노총 노동자대회=1일과 2일 천안시 쌍용동 천안센터 앞에서 규탄집회를 개최한 대책위는 4일부터 투쟁강도를 높인다. 대책위와 삼성전자서비스 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거나 지연될 경우 10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주목된다.
지회는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1천여명이 참가하는 사전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지회는 최씨 사망과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할 경우 노동자대회 당일 투쟁수위를 끌어올릴 방침이다. 대책위나 노조 차원의 대규모 집회가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전국교직원노조에 대한 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에 반발해 강경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향후 일주일간 삼성전자서비스의 태도에 따라 노동자대회 투쟁수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