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무너지고 있다.

쌍용자동차, 대우자동차등 대형 워크아웃 기업들은 잇따라 채권단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며 동아건설 등은 채무재조정을 추진중이다. 이처럼 상황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나날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단들은 워크아웃기업 여신에 대해 턱없이 부족한 대손충당금만 쌓은 채 추가부실 발생요인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현실성없게 낮게 잡아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치명적 잘못을 범하고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우자동차가 채권단으로부터 3700억원의 긴급자금지원을 받아간지 열흘도 안돼 이번에는 쌍용자동차가 지난 9일 채권단에 운용자금 800억원과 어음할인 700억원등 도합 1500억원의 긴급자원을 요청해왔다.

긴급자금 신청이유는 대우차와 마찬가지로 최근의 파업으로 생산차질에 따른 일시적 자금난. 그러나 이에 앞서 3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쌍용차는 차입금에 대해 연리 2∼4%의 이자특혜와 4000억원대의 수입신용장 개설과 상업어음 할인등 각종 지원을 받았음에도 좀처럼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아 채권단으로부터 대우차, 동아건설, 고합 등과 함께 ‘돈 먹는 하마’로 불려왔다.

이같은 자금지원 요청에 대해 일부 종금사들이 추가지원에 반발하고 있으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을 비롯해 대다수 은행들은 지원을 하지 않아 도산 처리될 경우 은행의 사활이 걸린 6월말 결산을 앞두고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일단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 결국 자금지원은 성사될 전망이다.

채권단들은 이처럼 워크아웃 기업들에 대책 없이 끌려 다니면서도 대손충당금은 턱없이 낮게 쌓고 있다. 현재 대다수 채권단이 미래상환능력(FLC)기준에 따라 쌓고 있는 워크아웃기업 대손충당금 규모는 요주의 여신의 경우 2∼10%, 고정여신은 최고 20%에 그쳐 평균적립률이 15%선 안팎이다. 은행들은 이같은 기준에 따라 “잠재부실은 FLC기준에 따르더라도 2조원이면 충분하다”고 최근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그러나 주택은행의 경우 워크아웃 여신에 대해 담보여신 20%, 무담보여신49%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평균 적립률이 37%에 달하고 있으며, 금명간 적립률을 추가로 높일 계획이다. 외국신용평가기관들은 워크아웃 여신에 대해 최소한 주택은행 수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끌려다니기식 대응과 은행들의 잠재부실 감추기에 적극 대처해야 할 정부는 그러나 애매한 입장으로 일관해 시장의 불신을 사고 있다.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FLC기준 적립기준이 비현실적으로 낮게 잡혀있음에도 금융감독원은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시장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애매한 태도가 워크아웃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높일 경우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고, 그 결과 은행들이 앞으로 추가 워크아웃기업 선정에 비협조적일 대목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 어린 눈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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