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남긴 노동 유산이 청산되는 과정은 내년 예산안에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 소관 2026년 예산안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삭감됐던 노동단체 지원예산이 복원됐다. 취약노동자 지원사업 명목으로 양대 노총에 각각 55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취약노동자 권리보호에 썼던
노동계·민간센터 지원예산 부활
내년 노동부 소관 예산안에는 노동단체·비영리법인 지원사업 56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양대 노총과 산별노조·지역본부 등에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2023년까지 56억원 규모로 유지됐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된 예산이 원상복구된 셈이다. 법률상담과 구조 사업, 정책연구사업 등 취약노동자 권리보호 사업에 쓰던 예산이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노조회계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노조회계 공시를 강요했다.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단체는 (지원사업) 선정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양대 노총 지원금을 끊었다. 노동계는 회계자료 관련 내지 제출 요구를 자주성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위로 규정하며 거부했다.
관행적 민간위탁을 줄이겠다며 윤석열 정부가 전액 삭감했던 고용평등상담실 운영예산도 살아났다. 노동부는 기존 19개소였던 민간고용평등상담실은 9개소로 운영하기로 하면서, 2023년 대비 3분의 1 수준인 5억원을 내년 예산에 배정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13억원이 추가 증액되면서 상담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수고용·프리랜서·비정규 노동자 등 ‘권리 밖 노동자’에게 법률상담 등을 하는 민간 노동센터 활성화 예산도 신설됐다. 상담사 교육과 네트워크 지원 등을 목적으로 전국 30곳에 13억원이 편성됐다. 노동권익센터나 비정규노동센터 등이 활기를 되찾게 됐다.
지자체·민간위탁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확대와 운영 지원을 위한 ‘외국인근로자 지역정착지원’ 사업 예산에는 30억5천만원이 증액됐다. 윤석열 정부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9곳 예산 71억원을 전액 삭감하며 기존 센터 업무를 한국산업인력공단이나 노동부가 직접 수행하게 했다가, ‘외국인근로자 지역정착 지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재추진하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양대 노총 지원예산도 반영
내년 예산안에는 110억원대의 ‘취약노동자 지원사업’도 포함됐다. 정부예산안에는 없었지만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반영돼 통과했다.
내용은 양대 노총에 55억원씩을 배정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서울 중구 본부 사무실 임차 보증금 전환 비용에, 한국노총의 시설 수리 및 교체비에 지원한다. 민주노총은 경향신문사 본관과 별관의 6개 층을 월세로 임차해 사용 중인데,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데 예산을 사용할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서울 여의도 중앙근로자복지센터 설비 교체에 사용할 전망이다.
노조 지원이 사회·공익적 기능 지원과 일맥상통한다는 정부 기조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의 역량을 높이는 것은 결국 노동의 역량, 사회와 국가의 역량을 높이는 것과 이어져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양대 노총은 조직에 들어올 수 없는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위해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과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일터권리보장법 제정 혹은 근로기준법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취약계층 고용창출 유도 ‘사회적기업 예산’도 복원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도 복원됐다. 사회적기업 지원예산안은 내년 1천180억원으로, 올해보다 900억원 이상 늘었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 공헌을 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 제고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주목할 부분은 취약계층을 신규고용할 때 월 50만~90만원을 3년간 지원한다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기업이 취약계층을 고용하면 지원금을 줘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직접지원 기조에서, 지원을 축소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판로지원 기조로 전환하겠다며 예산을 대폭 삭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