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ILO 1호 협약은 ‘하루 8시간 노동’이었고, EU는 1993년 건강 및 안전조치 일환으로 ‘주 35시간제’를 채택했다. 이제는 일의 ‘필요 영역’과 ‘자유 영역’을 구분하고, 새로운 노동체제를 논의할 시점이다. 주4일제 네트워크 소속 전문가들이 사회적으로 달성해야 할 노동시간 변화의 필요성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월화수목일일일’ 혹은 ‘화수목금일일일’. 주 4일제가 정착하면 삶의 리듬은 4일의 노동과 3일의 휴식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주말 앞뒤로 어느 쪽이든 휴일이 붙어 연속으로 사흘을 쉬는 것이 보편적인 삶의 형태로 정착할 것이다. 물론 기업 방침이나 노동자 선택에 따라 주중에 하루를 쉬는 형태의 주 4일 근무도 예상할 수 있다. 어쨌거나 3일 연속휴무를 선택하는 직장인 증가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될 전망이다.

영국의 4 Day Week Global·Autonomy가 61개사 노동자 2천9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시범사업에서 기업의 89%인 54개사가 주 4일제를 시범사업 1년 뒤에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시범사업 참여 기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주 4일제 시행에 따라 응답자의 52%가 여가·레저를 위한 여행 빈도가 늘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주 4일제 네트워크’가 주관해 실시한 직장인 1천명 조사에서도 주 4일제 실시로 발생하는 추가 휴일을 여행·레저로 활용하겠다는 응답이 뚜렷하게 높게 집계된 것도 향후 주 4일제 도입에 따른 생활패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여가통행 비중이 주말에 높아진다는 연구가 독일 뮌헨권에서 스마트폰 추적 기반 이동 분석에서 확인됐다. 월화수목일일일, 화수목금일일일과 같은 3일 연속 휴일의 주말 패턴은 여가통행을 증가시키고 이동의 장거리화와 광역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속 3일의 휴식으로 ‘근교 당일치기’ 여행이 아니라 2박 또는 3박의 체류형으로 여행의 패턴이 바뀌게 된다. 목적지 또한 주거지 인근에서 체류형에 어울리게 장거리화할 것이다.

여가통행의 광역화는 승용차를 이용한 도로통행의 변화와 함께, 철도 및 공항이용의 변화를 동시에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목요일 저녁과 금요일 오전에 여가통행을 떠나고 월요일 오후에 복귀하는 등 여가통행의 피크시간대가 변화할 것이다. 고속철도·고속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수요가 목요일 밤 시간 및 금요일 오전으로 집중될 것이고, 월요일 오후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좌석 예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도로통행의 경우 주말이 길어짐에 따라 대도권에서 장거리 통행에 필요한 간선도로 및 고속도로의 차량통행이 분산돼 혼잡의 정도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나, 지역 간 연결 도로의 혼잡이 상시화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가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물류 수송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여행지·세컨드하우스·농막 등 여가를 보내는 권역에서 주말 또는 필요한 시간대를 지정해 배송하는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품의 수령 또는 발송에 사용되는 스마트 보관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4일제 노동이 가져올 교통과 물류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철도와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은 길어진 주말 일정에 맞춘 운행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 수요가 증가하는 목요일 저녁, 금요일 오전 및 월요일 오후에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피크시간대에 여객차량 편성을 대형화해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도록 한다. 수요 변동에 따라 탄력요금제의 범위와 폭을 조정해 수요 분산을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광역화한 여가통행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흡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휴가지와 연계할 수 있는 환승 허브센터를 휴가지 인근에 구축해야 한다. 휴가지로의 라스트마일 통행을 위해서 수요응답형 수단을 배치해 연계 교통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교통서비스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MaaS(Mobility as a Service) 개념을 적용해 도심 출발에서 허브 도착, 셔틀 및 DRT 연계를 통해 휴가지까지 통행에 필요한 좌석 예약 및 결제를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주 4일제 도입은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에 그치지 않고 교통·물류·여가 전반에 걸쳐 다양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부처 간 협력을 통한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운수업과 물류업은 단기간에 생산성 향상이 어려운 업역이므로 주 4일제 도입으로 인한 근로시간 단축을 보완하기 위해서 추가 고용을 통해 모빌리티 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여가 이동 수요의 패턴 변화와 광역화에 따른 교통망 개편 및 물류체계 최적화를 위해 관련 부처 간 협업 구조를 구축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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