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190호 협약 비준을 국정과제에 포함한 가운데, 젠더 기반 폭력과 괴롭힘 문제도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수정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신당역 젠더폭력 살인사건 3주기를 맞은 가운데 열린 ‘일터내 젠더폭력 실태와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강조하는데 여기에 직장내 괴롭힘과 성폭력 문제도 포함된다”며 “ILO 190호 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추진한다고 밝힌 만큼 (이러한 문제가 축소되지 않도록)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는 ‘국제노동기구(ILO) 괴롭힘 방지 협약 비준 추진’이 포함돼 있다. ILO는 ‘일의 세계에서 폭력과 괴롭힘 금지’ 190호 협약을 2019년 채택했다. 여기서 말하는 폭력과 괴롭힘에는 젠더 기반 폭력과 괴롭힘도 포함된다.
특히 190호 협약 10조에 따르면 노동자가 폭력과 괴롭힘 때문에 생명, 보건 또는 안전에 긴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제기한다고 합리적으로 정당하게 믿을 수 있는 작업 상황에서 보복이나 기타 부당한 결과를 당하지 않고 경영진에 알릴 의무도 없이 스스로 벗어날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보장한다. 권수정 여성위원장은 이에 대해 “안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작업을 중지할 권리, 그 작업장에서 벗어날 권리에는 직장내 성폭력도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 여성위원장은 “일하면서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을 권리가 지금까지 (논의된) 권리라면, 모든 노동자가 인권을 침해받지 않고 존중받는 평온한 환경에서 일하는 방향으로 노동안전으로의 의제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여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장도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들과는 다른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돼 있고 이는 전통적으로 ‘위험’으로조차 인식되지 않았던 것들도 상당히 존재한다”며 “일터의 위험 개념을 성평등한 관점으로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당역 살인사건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작업장 내 안전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현경 서울교통공사노조 대의원은 “2022년 8월 1~8호선 265개역 1천60개 근무조 중 39%인 413개조가 2인으로 구성된 근무조여서 (1명이 휴가 등을 쓰면) 나홀로 근무하는 환경이었다”며 “올해 9월 기준 179개조가 여전히 2인 근무 중으로, 3년이 지난 지금 ‘2인1조’ 근무는 미완”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