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 앵무새 탈을 쓰고 ‘정부기관 사측 교섭위원’이라는 팻말을 목에 건 한 마리의 조류(?)가 외쳤다. “기재부! 예산! 기재부! 예산!”

‘기획재정부’와 ‘예산’만을 반복하는 앵무새와 마주하고 선 한 정부기관의 노측 교섭위원인 공무직 노동자가 한숨을 쉬었다. ‘예산 칸막이 해소하라!’는 팻말을 들었지만 앵무새는 들어줄 생각이 없다. 교육공무직과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30여명이 자리한 관중석에서 야유와 함께 함성이 터졌다. “앵무새 말고 기재부 나와라!” “기재부 핑계 좀 그만 대라!” 하지만 앵무새는 끝내 “기재부! 예산!”이라는 답 외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매년 늘어나는 공무직-정규직 간 격차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엄길용)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상징의식을 한 시간가량 진행했다.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교육청 소속 공무직 노동자들이 겪는 저임금 노동의 문제점을 알리는 퍼포먼스다. 각 기관의 공무직들이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자거나 업무와 무관한 복리후생을 확대하자고 제안해도 사쪽에서 기재부나 예산을 이유로 격차 해소에 소극적인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노조는 공공부문 공무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공무원이나 각 기관의 정규직 대비 50~60% 수준으로 보고 있다. 2021년 공무직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노동자의 임금총액 평균은 260만원으로 450만원인 공무원 보수 대비 57%에 머물렀다.

임금 격차가 매년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직의 임금은 기재부가 매년 결정하는 공무원 보수인상률에 따라 결정된다. 공무직 임금인상률은 공무원 보수인상률과 동률이거나 그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같은 비율로 인상돼도 임금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24만4천원, 격차 해소의 시작점”

노조는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2025년에는 공무직 1명당 인건비를 월 24만4천원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상액은 매년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바탕으로 임금 평균액을 계산한 뒤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와 물가인상 전망치 등을 반영해 결정했다.

엄길용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부르짖으면서 정작 공공부문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며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공무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노조와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예산요구안 외에도 공무직 차별 해소를 위해 △공무직 인건비 기준을 공개하고 인력충원 구조를 마련할 것 △공무직 임금을 사업비가 아닌 인건비로 편성할 것 △공무직 인건비 예산 편성을 노조와 협의할 것을 주문했다.

노조는 “공공부문 인건비에 대해 노정이 직접 교섭해 결정하고 단체교섭 결과가 예산편성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임금결정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공공운수노조와 기재부를 비롯한 유관부처들의 중층적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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