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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계약을 체결한 헬스트레이너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성을 부정한 2021년 11월 대법원 판결을 뒤집었다. 그동안 엇갈렸던 하급심 판결이 정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은 헬스장쪽이 근무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등 헬스트레이너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무했다고 판단했다.

수수료 지급에 회원수 줄면 계약해지
‘지휘·감독’에 헬스트레이너 퇴직금 소송

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헬스트레이너 A씨가 헬스장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3년 만의 최종 결론이다.

A씨는 2016년 4월께 체력단련시설 운영업체인 B사의 서울 한 지점과 퍼스널 트레이닝(PT) 관련 위탁계약을 구두로 체결하고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 4월까지 세 차례 계약을 갱신한 뒤 2018년 12월까지 근무했다. 주 수입은 회원을 관리하고 받는 수수료였다. 수수료는 월간 강습 횟수에 따라 시스템에 등록된 회원의 매출액으로 산정됐다. 사업소득세와 주민세는 수수료에서 빠졌다.

그러면서도 ‘의무’는 부과됐다. 계약서에는 “트레이너는 회원의 강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회원을 성실히 유지·관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무단결근했을 때 수업료의 2배를 차감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나아가 트레이너의 귀책사유와 사회적 상황에 따라 회원수가 확연히 줄어들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강습료를 등록하지 않거나 지정된 시간 외에 강습할 수 없도록 정했다.

사실상 헬스장의 지휘·감독을 받은 셈이다. 그러자 A씨는 퇴사한 이후 2020년 2월 퇴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는 “B사에 고용돼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는 “A씨는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본인의 영업활동을 한 개입사업자”라고 맞섰다. 이와 별개로 B사 대표는 퇴직금을 미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 “헬스장이 구체 업무지시”
지정 장소 강습, 근태관리 엄격

1·2심은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퇴직금 1천3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헬스장쪽의 지시로 업무한 부분이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다. A씨는 가격표대로 상담하고, 추가 할인이 필요한 경우 관리 직원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재판부는 “퍼스널 트레이닝 단가를 A씨가 결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정산을 헬스장쪽에서 관리한 점 역시 근로자성을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PT 강사가 개인별 매출실적을 제출하면 사업장에서 이를 기준으로 수당을 정산했다”고 판시했다. 헬스장쪽이 매출 목표도 설정했다. 트레이너가 무료수업을 거부할 수 없었고 보고서도 작성해 제출했다. 재판부는 80만~100만원의 기본급과 성과급 또한 임금 성격이라고 봤다.

특히 헬스장쪽이 업무를 지시했다고 판단한 부분은 주목할 대목이다. 재판부는 △지정된 장소에서 강습한 점 △개별 레슨이 금지된 점 △근태가 엄격히 관리된 점 등을 지휘·감독의 지표로 삼았다. 실제 A씨는 매일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근무하며 외출할 때는 팀장에게 보고했다. 입사 초창기에는 출근 후 휴대전화로 시계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송해야 했다. 재판부는 “(신상변동 상황을) 모두 사전에 팀장에게 보고하고 휴가를 사용했고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청소·회원관리·주말당직표 작성 등 다른 업무를 헬스장 소속 직원들을 통해 지시받은 점도 인정했다. B사 대표의 무죄 선고와 관련해서도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것일 뿐 근로자성이 부인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헬스장이 트레이너들에게서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4대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헬스장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했을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퇴직금 미지급에 합의했다는 헬스장쪽 주장도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며 퇴직금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헬스장쪽은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을 이유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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