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국 쿠팡노동자의 건강한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 대표와 민병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을 비롯한 연대단체 회원들이 17일 경기 화성시 쿠팡동탄물류센터 출입구 앞에서 이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쿠팡물류센터 폭염 대응 실태조사에 현장 노동자가 동행할 것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조를 향한 쿠팡의 ‘불통’이 계속되고 있다. 쿠팡의 작업환경을 점검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방문한 자리에서 사측은 노조의 동행을 막고 취재진을 가로막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3위 규모로 고용을 창출하는 쿠팡이 사회적 책임과 사용자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쿠팡, 취재진 가로막고 지회장 출입 제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17일 오후 경기도 화성 쿠팡 동탄1캠프를 방문했다. 여야의 사전 합의로 이날 일정은 언론에 비공개됐다. 노조 관계자 출입도 차단됐다. 환노위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지난 16일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기업이 부담스러워 해 언론에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과 7일, 18일 3명의 여성노동자가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에 따르면 6일과 18일 쓰러진 노동자는 각각 탈수와 온열질환을 진단받았다. 노동자들이 쓰러질 당시 현장의 온도는 평균 32도였고, 습도는 약 60%에 달했다는 것이 지회 설명이다. 지회는 지난 6월부터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서 물류센터 냉·난방장치 설치와 노조할 권리, 폭염시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쿠팡은 노조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고 폭염대책 마련을 위한 노조의 특별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이날 캠프 앞에서 쿠팡에 온열질환 예방 대책을 요구하며 선전전을 연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지회 관계자 10여명은 일정 동행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가 충돌하고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책위와 지회 관계자들은 “노조 대표자의 회사 출입을 왜 막느냐”고 항의했다. 쿠팡 관계자는 “협의된 바 없다”며 취재진의 물류센터 출입을 가로막았다.

환노위를 향한 비판도 제기됐다. 대책위 관계자는 “노조 대표자를 참여시키지 않은 것은 노동자의 참여권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민병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노조 비동행에 합의한) 환노위 의원들에 대한 실망도 크다”며 “사측의 태도는 기본이 안 돼 있어 말하면 입만 아프다”고 비판했다.

“의원들도 ‘숨 막힌다’ ‘덥다’ 호소”

지회는 현장 노동자가 동행하지 못해 실제 노동현장의 어려움이 의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민병조 지회장은 “회사가 안내하는 코스대로 가서 환기가 가장 잘되는 곳과 시원한 휴게실을 들렀다 나올까 봐 우려됐다”며 “사전에 환노위 의원들에게 ‘메자닌’ 공간에 꼭 가 보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메자닌 공간은 한 층을 세 개 층으로 나눈 공간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의 구조인 쿠팡 동탄물류센터는 전층이 메자닌 구조로 설계돼 있다. 3층의 경우 3-1, 3-2, 3-3층으로 분리돼 있어 물건을 최대한 많이 쌓도록 하는 식이다. 지회에 따르면 3·4층은 공기 흐름이 전혀 없고 분리층이 철판으로 돼 있어 노동자들이 특히 더위를 많이 호소하는 공간이다.

이날 근무조였던 정동헌 지회 동탄분회장은 “의원들이 나올 때 소리를 쳐서 동행할 수 있었다”며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적었고 관리자 중심으로 배치됐다”고 증언했다. 정 분회장은 “메자닌 층에서 온도와 습도를 측정한 결과 3-3층에서는 온도 31도, 습도는 60%로 측정됐고 4-3층도 온도 32도, 습도 60% 이상이 나왔다”며 “의원들도 ‘숨이 안 통한다’ ‘창이 없다’ ‘덥다’는 말을 계속 했다”고 전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쿠팡, 산업안전보건기준대로 휴게시간 보장해야”

쿠팡물류센터지회와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쿠팡 동탄1캠프 앞에서 선전전을 하며 안전보건기준 준수를 촉구하는 선전전을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566조를 개정했다. 이전 규칙에는 근로자가 △고열·한랭·다습 작업을 하는 경우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사업주가 휴식을 제공하도록 돼 있었다. 개정된 안전보건규칙은 옥외장소를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하여 열사병 등의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바꿔 물류센터와 같은 실내작업장에도 사업주가 적절한 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만든 ‘폭염에 의한 열사병 예방가이드’에는 체감온도 33도 이상 또는 폭염주의보 발령시 매 시간 10분, 체감온도 35도 이상 또는 폭염경보 발령시 매시간마다 15분의 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권고한다.

지회는 이날 공개한 인천과 경기 고양, 화성(동탄)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의 실내 온·습도 측정 자료를 토대로 쿠팡이 휴식시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류센터 내 온도는 최저 28도, 최고 39도였고 습도는 40%에서 80%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회는 “쿠팡은 하루 식사시간 50분을 포함해 10분의 무급 휴게시간과 10분의 유급 휴게시간을 주는 것이 전부”라며 “폭염시기 추가 유급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방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쿠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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