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가 9일 예정돼 있다. 그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대선에서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하면서 어느해보다 쟁점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은 과연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3년 최저임금 심의가 한창이다. 최저임금 심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매년 데자뷰(deja vu)를 경험하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노사 의견 제시에 앞서 노사는 거의 매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가구 유형과 소득원수 등을 고려한 생계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경영계는 비혼 단신 근로자 임금수준을 고려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한편, 노동계는 전 산업에 동일한 최저임금 적용을 주장한다.

올해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둘러싸고 노사의 의견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업종별 차등적용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최저임금법 시행 첫해인 1988년 저임그룹과 고임그룹을 구분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적이 있지만, 이후로는 전 업종에 걸친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돼 왔다.

필자는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시한 6개의 제도개선 과제를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던 최저임금 제도개선 TF에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그리고 필자의 주된 임무는 업종별·지역별·연령별 최저임금 차등 여부를 중점 검토해 이를 TF에 보고하는 것이었다. 당시 TF의 논의 결과는 업종별 임금격차나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률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견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5년 지난 지금에도 필자의 의견은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TF 다수의견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임금이다. 업종별로 근로자 보호 필요성이 달라진다고 할 수 없다. 대부분의 나라가 전 업종에 걸쳐 적용되는 단일한 최저임금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 등으로 법정 최저임금이 ‘표준임금’이나 ‘기준임금’으로의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특정 업종을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찍는 결과가 될 수 있다.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TF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의견은 갈렸지만,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위해서는 업종별로 정밀한 실태조사 등 인프라 구축, 한국표준산업분류 세분류나 세세분류 등 차등적용을 위한 구분 기준 마련에 대한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체로 공감대가 있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을 위한 준비는 지지부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매년 반복되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의도로 비쳐질 뿐이다. 제대로 된 준비 없는 섣부른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노동 현장의 혼란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혹여라도 업종별 최저임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이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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