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 내정되면서 새 정부의 노동정책의 방향과 속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자가 재단 사무총장 재직 시절 해이한 기관 운영으로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등에서 수차례 지적을 받은 이력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재점화할지도 주목된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노·사·공익위원이 풀어야”
“노동시간 유연화, 법 개정보다 제도 안착이 우선”

이정식 후보자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TF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개정 논란과 최저임금제 차등적용 등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해서는 “1988년 최저임금 도입되면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1년 해 봤는데 한국 사회는 단일 업종으로 가는 것이 정치·경제·사회적인 조건 속에서 맞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공익위원이 최저임금위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놓고 대화를 통해 풀어 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노동시간 유연화와 관련해서도 “현실적으로 노동시간을 여야 합의로 개정했고, 안정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우선 중요한 것은 (주 52시간 상한제) 안착”이라고 선을 그었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과 관련해서 그는 “큰 방향은 공정·유연·안정성으로 공약에서 제시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을 공정하게 보면서 급변하는 경쟁 환경 속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년간 노동계에 몸담은 이 후보자 깜짝 발탁으로 새 정부가 이른바 ‘노동개혁’에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제부처가 노동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동계 출신 허수아비 장관을 세워 놓고 친기업·반노동 정책을 밀어부치려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정말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합리적 노사관계를 정립하고자 한다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추진하는 반노동 계획을 공개적으로 철회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새 정부에서 노동정책이 경제성장과 산업정책 하위범주로 편입되면 일자리 정책 위주로 편향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와대와 경제부처 수장이 실세 차관을 통해 노동정책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다.

노사발전재단 기강 못 잡았던 전력 ‘논란’

한국노총의 ‘참모’로 통하는 이정식 장관 후보자는 2017년 3월 노동계 출신으로는 처음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에 임명돼 주목받았다. 재단은 애초 민간 노사단체를 중심으로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전환해 노사공동의 발전을 꾀한다는 목적으로 설립했다가 정부 위탁사업을 맡아 수행하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변모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노동부 출신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와 법인카드 부적절 사용 같은 비위행위를 저지르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비위행위는 이 후보자가 재단 사무총장으로 재직했던 기간에도 지속됐다. 개인의 도덕성 문제보다 주로 재단에서 발생한 직원 간 성추행 사건, 재단 간부와 직원이 결탁해 외부로 정보를 유출한 사건 등이 잇따랐는데 기관장으로서 조직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지적이다. 201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노사발전재단의 비위행위가 반복되고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서 “예산삭감·구조조정, 타 기관과의 통폐합 등 근본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노동부가 긴급 점검과 종합감사를 연이어 실시한 뒤 기관장 해임을 요구하고 2020년 재단 예산 3억원을 삭감하는 등 진통이 있었다.

노동부 해임 건의가 있었지만 이사회에서 부결돼 이 후보자는 2020년 4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후 삼성전자 이사회 산하에 노사관계 자문그룹으로 합류한 행보가 눈길을 끈다. 노사관계 자문그룹은 그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겠다”고 밝힌 것의 후속조치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하면서 만들어졌다. 이 후보자를 비롯한 자문그룹은 사장단 회동, 임직원 대상 노동 준법 교육 등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달 열릴 것으로 보이는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자질 검증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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