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 노동자 16명이 유해화학물질에 급성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직업성 질병으로는 처음으로 고용노동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노동계는 “4차 산업혁명 운운하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 중심지에서 60~70년대나 일어날 법한 재래형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며 “원청인 LG전자의 관리책임은 없는지도 명확하게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두성산업에서 급성중독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몸에 이상을 느낀 노동자가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후 트리클로로메탄에 의한 급성중독 진단이 내려졌고, 병원에서 안전보건공단쪽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노동부와 공단은 두성산업 세척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 71명에 대해 보건진단명령을 내리고 작업환경측정 등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16명이 간 기능 수치에 이상 증상을 보여 급성중독 판정을 받았다. 이 중 1명이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나머지는 자택에서 치료 중인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중독을 일으킨 물질은 에어컨 부품 세척 용도로 사용된 트리클로로메탄이다. 무색의 휘발성 액체인 이 물질은 호흡기로 흡수되는데 고농도로 노출되면 중추신경장해와 위·간·신장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이 물질을 취급할 때는 환기시설을 갖추고 방독마스크·보안경·보호복 등 개인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노동부 조사 결과 두성산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물질을 세척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에서는 노출 허용기준(8피피엠)의 6배를 넘는 최고 48.36피피엠이 검출됐다. 노동부는 16일 공장 세척공정에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두성산업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데 이어 18일 두성산업 본사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두성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직업성 질병 1호 사업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같은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한다.

두성산업측은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판매업체에서 해당 물질이 디클로로에틸렌으로 속여서 납품했다”는 주장을 펴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허위 납품 여부는 수사가 필요하지만 두성산업이 트리클로로메탄이나 디클로로에틸렌같이 유독물질을 다루면서 제대로 된 환기시설 등 기본적인 조치 없이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린 사실은 변함이 없다”며 “예방은커녕 책임 회피에 급급한 기업의 방치 속에서 노동자들은 병원에서 우연히 급성중독과 직업병을 ‘발견’하는 행운에 기대어 일해야 하는 처지”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두성산업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함께 원청인 LG전자의 관리책임까지 명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