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정기훈 기자>

‘숙고의 시간’을 마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국민께 재신임을 구하겠다”며 선거운동에 복귀했다. 지난 12일 저녁 돌연 일정을 중단한 지 닷새 만이다. 심 후보는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작스런 선거운동 중단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보정치 가치·원칙 흔들려 … 제 오판 인정”
“남 탓 않고, 다음 세대 위해 마지막 소임 완수”

심 후보는 대선일정을 멈춘 것이 단순히 지지율 때문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선거운동을 하며 저와 정의당이 맞잡아야 할 시민들 마음이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고 했다. 왜 시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지,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성찰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불평등이 심화하고 시민 삶이 어려운데 진보정치가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하는지, 그만큼 절실한지, 그런 점에서 국민이 (저와 정의당에) 공감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진보정치의 가치와 원칙이 크게 흔들렸다”며 “뼈아픈 저의 오판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지난 총선 전 선거제도 개혁 실패를 두고 한 말이다. 심 후보는 “(이때 실망한) 분들의 마음과 믿음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 탓하지 않겠다”고 했다. “거대 양당의 횡포 때문이라고만 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의 길’을 강조했다. 심 후보는 “아무리 고단하고 어렵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며 “다음 세대 진보가 진보정치 20년을 딛고 당당하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 마지막 소임을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각오도 다졌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남 탓하지 않고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어렵고 힘들어도 피해 가지 않겠다”며 “이번 선거에서 지워진 이름들, 노동과 여성, 기후위기 목소리가 더 힘차게 울려 퍼지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를 ‘시대정신’이라고 표현했다. 심 후보는 “노동과 여성, 기후위기가 대선에서 호명되지 못하거나 공격당하고 외면받는 현실”이라며 “그분들 목소리를 최대한 키워 내는 게 제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에서 금기시된 의제 공론화하겠다”
슬림한 선대위 개편 시사 “더 분명하고 절실하게”

그는 “진작 토론했어야 하지만 진보의 성역처럼 금기시돼 온 의제를 공론화하겠다”며 “생각이 다른 분들과도 적극 대화하겠다. 진영을 넘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사회 공통된 가치를 복원하는 대선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금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심 후보는 “진보에 기득권이 있다”며 “정년연장을 비롯해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연대해야 할 것을 가로막는 요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금개혁과 관련해 가장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저”라며 “여러 가지 준비된 게 있는데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실패에 대해서는 “당 주도로 추진돼 온 논의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불평등·기후위기·차별에 맞서 온 진보시민 제 세력과 선거연대를 최선의 방법을 도모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개편된 선대위는 18일 발표할 예정이다. 심 후보는 “더 분명하고 절실하고 솔직하고 겸손하고 당당한 기조로 선거운동을 하겠다”며 “성찰의 결과를 종합해서 선거운동으로 구체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 공식 선대위는 해산했다. 집행 중심으로 슬림하게 구성해서 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외부인사 영입 질문에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거대 양당 후보 양자 TV 토론 추진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말살하는 폭거”라며 “두 후보가 공정을 말하는데 이런 TV 토론이 이뤄지면 앞으로 공정을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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