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2주일도 남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경영책임자는 ‘종사자 의견을 들어 재해예방에 필요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의결로 대체할 수 있다.

13일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운영 매뉴얼’을 배포한 배경이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데 산업안전보건위를 통해 노동자 의견을 청취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보위 설치 의무사항이지만
노동부 현황 파악 못 해

산업안전보건위는 사업장 안전과 보건에 관한 중요사항을 사업주와 노동자가 함께 참여해 심의·의결하는 회의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 종류와 규모에 따라 50명, 100명 또는 300명 이상 사업장에 구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설치 의무가 있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위는 제대로 열리고 있을까? 현재로서는 추정만 할 수 있다. 노동부가 제대로 조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안전보건공단이 3년 주기로 5천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표본조사하는 산업안전보건 실태조사에 산업안전보건위 설치 현황 항목도 포함돼 있어 추정은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2018년 조사에서 건설업(공사금액 120억원 이상 1천곳)의 경우 설치율이 51%, 노사협의체로 갈음한다는 응답이 40.2%로 91.2%가 산업안전보건위를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제조업(50명 이상 사업장 2천곳)의 산업안전보건위 설치율은 66.1%다. 다른 협의체로 대체한다는 응답(8.8%)까지 포함해도 74.9%에 그친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위 설치 의무가 없는 곳까지 무작위로 설문대상에 포함돼 설치율이 낮은 것뿐”이라며 “지난해 50명 이상 제조업 사업장 7천곳을 조사했을 때 산업안전보건위를 구성한 곳이 95%, 구성하지 않은 곳이 4.8%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위 설치 의무는 대부분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운영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매뉴얼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종사자 의견 청취 의무 불이행한 경영책임자 ‘처벌’
노동부, 유급활동 시간 보장·노사 대표 ‘필참’ 권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산업안전보건위 설치 의무가 있는 사업장 단위뿐 아니라 원·하청 노사가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협의체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령은 경영책임자에게 기업·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종사자에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종사자 의견을 들어 개선방안을 마련해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사자 의견 청취로 간주할 수 있는 협의체로 산업안전보건위 외에도 도급협의체와 건설 노사협의체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64조에 따른 도급협의체는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가 있다면 업종이나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안전보건협의체다. 작업 시간이나 대피방법·위험성평가·작업공정 조정 등을 논의한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에 지시를 하거나 관리감독을 하면 불법파견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하청노동자의 위험을 방치하는 문제 때문에 도입됐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도급협의체를 도급인과 그의 수급인 전원으로 구성하도록 할 뿐, 노동자 참여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논란이 될 수 있다. 노동부는 같은 법 64조2항과 시행규칙에서 도급인 작업장의 안전보건 점검시 도급인과 관계 수급인의 노동자 각 1명을 포함해 점검반을 구성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업의 경우 안전보건협의체 특례조항을 두고 공사금액 120억원 이상 건설공사는 하도급 사업을 포함한 노사 동수 안전보건협의체를 두도록 의무화했다. 이 외에도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에 따른 공공기관 안전근로협의체가 있다. 350개 안전관리 중점 공공기관에서 원청 산업안전보건위와 하청 노사대표가 참여해 안전보건 관련 사항을 협의한다.

권기섭 본부장은 “경영책임자는 소속 노동자는 물론 특수고용직, 수급인 및 수급인과 근로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해 일하는 모든 사람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의견수렴 절차를 마련하고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해야 한다”며 “이번 매뉴얼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위 활성화를 위해 △실무회의를 구성할 것 △의결기구로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노사 대표가 반드시 참여할 것 △위원이 ‘유급 활동 시간’을 보장하고 이를 명문화하는 규정을 둘 것 △주기적으로 운영실태를 평가하고 개선할 것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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