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이미지투데이, 편집 김효정 기자

산업안전 관계법령은 노동자의 피로 쓰는 법률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이뤄진 제도개선 흐름을 보면 빈말이 아니다.

2017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와 산업재해에 대한 사업주 책임 강화 등을 약속하며 공약집에 담았다. 그런데 정권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내놓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찾아볼 수 없다. 2018년 3월 사업주에게 감정노동자 보호 이행 의무를 부여한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개정한 이후 눈에 보이는 공약 이행은 없었다.

노동자 피로 쓴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문재인 정부를 움직인 것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김용균이었다. 2018년 12월10일 사고 이후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 대선공약을 이행하라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원청의 산재예방 책임범위를 확대하고 유해작업의 도급 금지를 규정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사내 도급을 금지하는 대상을 수은·납·카드뮴 등 12개 화학물질을 다루는 작업으로 한정하는 한계를 남겼다. 금지된 업무 이외는 외주화를 계속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용균법으로 불렀지만 정작 발전소 하청노동자는 적용받지 않는 법이 탄생했다.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함께 2018년 1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김용균법을 제대로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2020년 4월29일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공기 단축 등의 요구가 산재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원청을 엄벌할 법·제도는 없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와 산재 피해 유가족들이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 운동에 들어갔다. 2020년 9월22일 청원 10만명을 달성하면서 입법 논의가 촉발했다. 올해 1월8일 국회 본회의에 ‘기업’이라는 단어가 빠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했다. 이 법은 직접고용·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를 포괄하는 노무제공자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이 재해 발생원인으로 규명되면 기업과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김용균법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50명 미만 사업장의 적용을 공포 후 3년간 유예하고 5명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을 배제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내년 1월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본부 신설, 감독체계 개편 중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산재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한 해 1천명 안팎이던 희생자를 500명 밑으로 끌어내린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 같은 목표치를 제시한 데에는 세월호 참사가 영향을 줬다. 참사가 있었던 2014년에 강화한 산재예방 정책이 없었는데도 사망자수가 감소했다. 사고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경각심이 산재 감소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는 산재 사고를 감소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산업안전행정체계 개편에 힘을 쏟은 까닭이다. 산재예방 목표를 ‘재해발생률’에서 ‘중대재해 발생 건수’로 잡은 것도 특징이다. 노동부는 근로감독관(산업안전감독관) 증원과 전담조직 신설을 추진했다. 부처 내 의견 조율이 힘들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노동부에 힘을 실어 줬다.

지난 2월 노동부는 ‘2021년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이라는 이례적인 자료를 발표했다. 사업장 규모별·업종별로 대응해 왔던 기존 산업안전보건 감독체계를 개편해 주요 중대재해 유형별로 감소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제조업·건설업을 대상으로 주요 사고유형인 추락·끼임 예방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연간 감독계획을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안전보건공단은 산재감소를 목표로 패트롤 점검 등 현장밀착형 예방사업을 했다. 산재정책과 집행까지 담당하는 기관으로 기능을 확대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제별위원회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합의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1일 중대재해처벌법 집행을 비롯해 노동안전 감독·정책을 담당할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신설했다. 본부에서 청으로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가입률을 낮추던 적용제외 신청사유를 제한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가시적 효과는 아직 … “멈추지 말고 계속 가야”

산재예방 정책이 즉각적인 효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2017년 964명이던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882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2019년(855명)보다는 27명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강태선 세명대 교수(보건안전공학)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현실화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산재예방 정책이 즉각적으로 성과를 내기는 사실 어렵기 때문에 현 정부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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