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굴삭기에 치여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주가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보상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다. 올해 상반기에만 40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할 정도로 ‘위험의 이주화’ 문제는 심각하다. 고용허가제 시행 17년이 됐지만 노동자들은 ‘무권리 상태’라고 하소연한다. 산재뿐만 아니라 임금체불, 사업장 변경 문제가 쌓여 있다.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이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 방향을 제시하는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조(MTU) 위원장
▲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조(MTU) 위원장

한국 산업 현장에 이주노동자들은 필수적인 존재입니다. 이주노동자 없이는 많은 기업이 굴러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생필품, 전자제품에서 서비스업, 자동차, 조선, 아파트 건설에 이르기까지 안 하는 일이 없습니다. 한국 사회가 필요해서 고국을 떠나와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은 기본적인 대우를 받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사장들이 쉽게 고용하고 쉽게 버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놨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정하는 고용허가제에서 사업장 변경, 고용기간 연장, 재입국 등 모든 권리가 사업주한테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는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습니다.

2017년 네팔 노동자 케서브 쉬레스타는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버렸습니다. “저는 오늘 세상과 작별 인사를 합니다. 회사에서도 스트레스도 받았고, 다른 공장에 가고 싶어도 안 되고, 네팔 가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안 되었습니다.” 몸이 아파도 치료받기 어려웠고 다른 일터로 옮기고 싶어도 되지 않자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고용허가제에서는 사업장 변경이 제한되어 일부 사유를 제외하고는 사업주 허락이 있어야만 옮길 수 있기에 노동자들은 수없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는 강제노동·장시간 노동·위험한 노동·저임금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농축산어업에서는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임금체불 액수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노동시간을 기록해서 제출해도 잘 인정되지 않습니다. 퇴직금은 ‘출국만기보험’으로 받아야 하는데, 원래의 퇴직금 액수와 보험금 차액을 사장에게 따로 청구해야 해서 참 복잡하고 받기도 어렵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있는 법이라도 지켜주고 일한 만큼 대가를 달라’고 합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산재 사망자 가운데 이주노동자가 11%라고 합니다. 노동인구에서 비중이 3% 남짓인 것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비율이 세 배 이상 많은 것입니다. 정부와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의 안전, 생명보다 이윤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몸이 아파도 사장이 허락 안 해주면 병원 가기도 어렵습니다. 이주노동자에게는 사장이 의사입니다. 사업장 변경이 안 되니 위험한 사업장에서 벗어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열악한 불법 가건물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비주거용 숙소에 살게 합니다. 여름에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추운데 정부나 사장들은 아무런 생각이 없나 봅니다. 기숙사 조건이 어떻든, 노동부가 만든 숙식비 징수지침 때문에 많게는 월급의 20%까지 내면서 무조건 그런 숙소에서 살아야 합니다. 작년 말 한파 속에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죽어간 이주노동자 속헹씨의 안타까운 사례가 이 모든 걸 보여 줍니다.

코로나 때문에 사장들은 노동자들을 공장 밖에 잘 못 나가게 합니다. 3밀(밀접, 밀폐, 밀집) 노동환경, 열악한 숙소 환경이 문제라면서 개선은 하지 않고 외국인만 차별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 합니다. 고용보험은 임의가입이라 사장들이 가입시켜주지 않아서,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급여 같은 건 꿈도 못 꿉니다. 사업자 등록 없는 사업장에서 일하면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하는데 가입자 평균 보험료를 내게 하기에, 최저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데 한 달 13만원 넘게 냅니다. 그리고 가족 방문으로 본국에 갔다 오는 사람은 입국이 되는데, 4년 10개월 일하고 사업주와 재계약이 되어 ‘재입국특례자’로서 본국에 갔다 와야 하는 사람은 작년부터 계속 입국이 되지 않는 것은 너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할 권리가 박탈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말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노예도 아닙니다. 그런 취급을 하는 정부와 사업주의 부당한 행태에 맞서 우리는 오래 전부터 투쟁했습니다. 90년대 ‘현대판 노예제’라 불렸던 산업연수생 시절부터 노동자로서 인간답게 일하고 살기 위해 쇠사슬 묶고 농성도 해서 최저임금, 산재보상,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쟁취했습니다. 고용허가제 도입 시기에는 미등록 노동자 강제추방을 반대하고 인권과 노동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를 요구하며 1년 넘게 명동성당 농성을 했습니다. 2012년에 사업장 변경 지침을 개악할 때, 2014년에 퇴직보험금을 ‘출국 후’에 받게 만들었을 때, 2017년에 숙식비 징수지침을 만들 때, 2020년 재난지원금에서 배제했을 때, 속헹씨가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했을 때 등등 정부가 이주노동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할 때나 문제가 제기할 때마다 저항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스스로 싸워왔고 많은 이들과 연대했으며 앞으로도 목소리를 계속 내고 행동할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도 노동 3권, 직장 이동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에 살 권리, 아프면 병원 가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힘들면 쉴 권리, 제대로 노동의 대가를 받을 권리, 가족과 함께 살 권리가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연합(UN) 등의 여러 국제기구에서도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30년 역사에서 권리는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으면 일회용 물건처럼 버려졌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이주노동자를 차별의 대상으로만 삼아서는 안 됩니다. 왜 이주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같은 사람으로서 노동자로서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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