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SPC 파리바게뜨 부당노동행위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담긴 자료가 나왔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피비파트너즈 압수수색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지회장 임종린)를 포함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려했던 증거인멸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압수수색을 촉구했다. 지난 7월1일 노조는 피비파트너즈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폭로하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과 경찰에 각각 부당노동행위 혐의와 업무방해·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피비파트너즈는 2017년 불법파견 논란이 일자 SPC그룹이 세운 자회사로,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근무하는 제조기사를 육성·관리한다.

이날 노조가 증건인멸 정황 자료로 공개한 것은 제조장과 BMC·FMC(중간관리자) 7명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이다. 제보자 익명 보장을 위해 재구성한 자료에 따르면 중간관리자 A씨가 “변동사항 올려주세요”라고 말하자 또 다른 중간관리자 B씨와 C씨가 각각 “6월 9일 현재 한국노총 가입 : OO지역 김OO”, “민주노총 탈퇴 : OO지역 이OO”라고 답했다. 이에 A씨는 “금일 노조 특이사항 마감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매일 노조가입 현황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 방은 올해 6월30일 한 언론사가 파리바게뜨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보도한 직후 사라졌다. 제조장은 해당 기사를 단체대화방에 공유했고 “이 방에서 나가세요. 다시 만듭니다”라고 공지했다. 제조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로 파리바게뜨지회는 물론 다른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임종린 지회장은 “사용자가 직접 개입해서 노조가입과 탈퇴를 종용한 것”이라며 “불법이 아니라면 이 방을 폭파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임 지회장은 “지금이라도 수사기관이 움직여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면 사측은 계속 증거를 인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회를 포함한 참여연대와 전태일재단·청년유니온 등 38개 단체는 이날부터 SPC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진상규명과 청년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를 꾸려 파리바게뜨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권영국 대책위 상임공동대표(변호사)는 “수사당국은 한달여가 지나는 동안 거의 손을 놓고 있다”며 “파리바게뜨 본사로 하여금 증거를 모두 없앨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수사당국이 증거가 인멸되기 전 압수수색을 통해 강제수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행위 진상규명과 함께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 폐지와 법·제도 개선, 청년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위해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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