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한창이다.

헌법 32조1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최저임금은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기본권이자 생존권이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재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가 어렵다고 융단폭격했고,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정말 그런가?

첫째,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하게 최저임금이 인상됐다? 거짓말이다. 2018~2019년 인상률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높을 뿐이다. 2020년 2.9%, 2021년 1.5%로 연속 2년간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했다. 5년차 누적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김대중 정부가 41.4%, 노무현 정부가 53%, 이명박 정부가 21.5%, 박근혜 정부가 33.1%였고 문재인 정부는 34.8%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 상여금·복리후생비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보다 낮은 수준이다.

둘째,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악화된다? 거짓말이다. 재계와 보수언론의 주장과 달리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로 이어졌다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던 2018년과 2019년에 오히려 취업자는 증가했다. 2020년 취업자 감소는 코로나19 사태가 원인이다.

셋째, 한국 최저임금이 국제수준보다 높다? 거짓말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9년 5명 이상 사업체 정규직 통상임금 기준으로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44.2%에 불과하다. 연방 최저임금 자료만 공개한 미국과 체코(42.9%), 에스토니아(43.3%), 일본(43.6%)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34.5%에 불과하고, 역시 연방 최저임금 자료만 공개한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넷째, 우리나라만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다? 거짓말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 계약직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37% 인상(시급 15달러)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올해 4월부터 최저임금을 20뉴질랜드달러로 인상(전년대비 5.8%)했고, 호주 역시 2020년 최저임금을 19.84호주달러로 인상했다. 독일도 2022년 7월까지 10.45유로로 인상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만 대폭인상은커녕 다른 나라를 쫓아가기에도 훨씬 모자란다.

거짓을 드러내면 진실이 보인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마지막 방파제다. 조직되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본인과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이다. 거짓말로 그 방파제를 부수고 언덕을 빼앗으려는 선동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최저임금은 정부의 16개 법령과 자치법규에 적용되는 기준임금이다. 노동자 실직과 구조조정 등에서 소득 상실과 재취업 등을 위해 필요한 실업급여·모성보호급여·산재보상급여의 기준이다. 그 밖에도 최저임금은 사회보장기본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상 정부 예산 책정의 기준이 된다. 우리 사회의 기본이자 기준이 되는 최저임금 제도를 흔들려는 시도는 우리 사회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갈 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평등했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비정규·저임금 노동자에게 집중됐고, 사회양극화는 심화했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착시효과, 최저임금 인상 감쇄효과를 감안하면 상당한 인상이 불가피하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화이자·얀센 같은 물리적 백신도 필요하지만, 양극화를 줄이고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져오는 사회적 백신도 절실하다. 최저임금이 그 사회적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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