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노동계의 기대를 한껏 높였다. 공공부문 상시·지속 일자리 정규직 전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상시적 위험 작업 사내하도급 전면금지 같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 뒤 4년, 기대는 현실이 됐을까.

노동계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전체 노동자 하향 평준화 전략을 추진했던 과거 정부와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신자유주의 노동체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치유하고 대안적 노동체제로 이행하는 디딤돌을 놓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평가 대토론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4년 정책이 매우 미흡하거나 사실상 낙제점”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민간부문 정규직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정책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토론회는 민주노동연구원과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지식인선언네트워크·사회공공연구원·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이 주최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부족하나마 ‘양호’
민간부문은 추진된 것 거의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3일 만에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이후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비정규직 정책이다. 성과도 역대 정부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 7만3천여명과 파견·용역 노동자 12만6천여명을 포함해 19만9천여명의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특히 정규직 전환 대상에 간접고용을 포함한 것은 이전 정부들에는 없었던 진일보한 정책으로 노동계는 꼽고 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전환 과정에서 당사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협의회 논의구조를 마련한 것도 이전 정부와 차별성이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41만5천여명 중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인원은 48%에 그쳤다는 점은 한계로 거론된다. 기간제 노동자는 24만5천여명 중 29.9%인 7만3천여명만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남 정책위원은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상시·지속업무를 하고 있어도 전환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인원이 상당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중규직’으로 불리는 공무직을 정규직으로 간주했는데, 현장에서는 정규직과의 차별적 처우 문제를 지적하는 공무직들의 목소리가 높다. 공무직들은 △임금을 사업비로 편성하는 문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위배 문제 △복리후생비·경영평가성과급 차별 문제 △직무 권한 문제 △직무승급체계 미비 등을 지적하고 있다.

자회사 채용 방식 정규직 전환도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지난달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지방공기업 정규직화 과정에서 자회사로 전환된 인원은 4만9천709명으로 해당 기관 전체 전환 인원의 63.9%에 해당한다. 남 정책위원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회사는 대부분 단순 인력공급기관에 지나지 않는다”며 “조금 완화된 간접고용일 뿐 갈등의 불씨는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부문에서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다른 나라 얘기다. 민간부문은 공공부문과 달리 정부가 통제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 강제력을 동원해야만 정규직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집권당 다수의석으로 구성됐음에도 관련 입법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남 정책위원은 “정부가 당초 제시한 국정운영계획 중 사용사유 제한 도입이나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제정, 차별시정 제도 전면개편, 파견과 도급 구별기준 재정립은 모두 입법과제”라며 “21대 국회 입법환경이 극적으로 개선됐음에도 아무런 입법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결국 ‘의지 없음’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산재 발생 사업주 처벌 법안도 “아쉬워”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포기했다. 임기 내 달성도 사실상 실패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2018년 16.4%(7천530원), 2019년 10.9%(8천350원)으로 올리면서 공약 실현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2.87%(8천590원), 1.5%(8천720원)로 급락했다. 2018년 6월 국회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고정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포함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없앴다.

정경은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빠르게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철회한 이유는 재계와 보수언론의 총공세에 따른 패배”라며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의 중단이라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재계는 2018~2019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기업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주장해 왔다.

노동계는 재계 주장을 반박한다. 정 정책위원은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2018~2019년에는 대체로 저임금 계층의 임금이 더 상승해 소득분배가 개선됐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이 하락한 2020년에는 소득분배 개선 효과가 사라졌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안전·보건 부문도 “미흡했다”고 평가됐다. 2018년 12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위험의 외주화를 일정 정도 막을 제도는 마련됐지만 도급금지 대상을 협소하게 규정하면서 사각지대는 여전히 넓다. 이승우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업·발전산업·철도를 비롯해 그간 하청노동자들의 사망재해가 너무도 빈번하게 발생했던 작업들이 여전히 무제한적 외주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산재에 대한 사업주 책임이 강화됐지만 법 적용 대상에서 5명 미만 사업장이 제외돼 비판을 받는다. 이승우 연구위원은 “안전보건 관리체계에서 노동자 참여 강화도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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