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고맙습니다 필수노동자’ 챌린지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방역대책을 일선에서 책임져야 할 사회 각계 지도층들이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우리의 위험을 덮으려 하고 있습니다.”

민간위탁업체에 소속돼 전주시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오성화씨가 코로나19 감염위험에 처한 환경미화원 처지를 설명했다. 그는 환경미화원들이 과거에도 유해 배기가스 흡입·교통사고를 비롯해 위험에 노출된 채 일했는데 코로나19 시기로 접어들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했다. 마스크가 나뒹구는 거리를 청소하고, 대책 없이 코로나19 확진자 자택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을 치워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을 전주시청에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오씨는 “방법이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시청이 “민간위탁업체와 이야기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오씨는 “정부가 필수노동자에 환경미화원을 포함해 놓고는, 코로나19에 노출된 우리 필수노동자를 위한 어떤 실효성 있는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필수노동자인데 비정규직은 위험수당 못 받아”

정부는 코로나19 재난 시기 국민의 생명·안전·사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핵심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필수노동자로 정했다. 그런데 필수노동자들은 정작 고용불안·감염위험·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보건의료·돌봄·운수·환경미화·사회서비스·콜센터 분야 노동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현장실태를 증언했다.

이날 코로나19 전담병원 간호사인 이선희씨는 “전담병원 노동자들은 1년 넘게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인력부족을 호소했다. 이선희씨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병원에서는 의료인력 부족으로 민간 파견인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파견인력은 3주마다 바뀌었고 교체 때마다 전담병원 노동자들이 교육을 해 줘야 했다. 게다가 파견인력은 전담병원 간호사보다 두세 배 많은 임금을 받았다. 이선희씨는 “전담병원 간호사들은 파견인력과의 임금격차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며 “이후 많은 전담병원에서 간호인력이 사직하고 민간파견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1월 한 달만 해도 파견인력으로 일한 인원은 1천270명이나 됐고, 인건비로는 약 100억원이 소요됐다”며 “이 비용으로 정규직 간호사를 채용해서 처우를 개선하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필수노동자임에도 비정규 노동자들은 인력배치나 각종 수당을 비롯한 부분에서 정규직과 차별받고 있다. 보건소 간호사들이 그렇다. 공공연대노조에 따르면 강원도 A보건소의 경우 공무직 간호사는 이틀 또는 하루에 한 번꼴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로 출근한다. 반면 공무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만 선별진료소에서 일한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감염위험을 이유로 월 5만원의 위험수당을 받는 반면, 공무직들은 받지 못한다.

안산시 보건소에서 방문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구자연씨는 “안산시같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지자체 보건소가 공무직에겐 위험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마련한 ‘코로나19 대응 공무원 특별업무수당 제도’에는 공무직에게 수당을 지급할 근거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배송기사 노동강도 증가, 과로노동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과로를 호소했다.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칠수록 주문량은 폭주해 배송기사들의 노동량은 평소보다 훨씬 증가한다. 마트 배송기사로 일한 이수암씨에 따르면 주문량이 많을 때는 하루 40건 이상을 배송해야 하는데 배송 1건은 1개의 상품이 아니라, 배송지 1곳이 기준이다. 코로나19가 심각 단계가 되면 쌀·생수·음료 같은 무거운 생필품 주문이 늘어난다. 공장·학교·병원 등 한번에 대량주문하는 곳도 배송을 가야 한다. 이씨는 “배송기사들은 중량물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지만, 대형마트들은 배송기사들이 자신들과 계약관계가 없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함미영씨는 원장이 임금을 줬다 뺐는 페이백 문제를 지적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정부는 어린이집 휴원 기간 동안 교사들에 유급휴가를 부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일선 어린이집은 교사에게 유급휴가를 줬다가 임금 일부를 빼앗았다. 함씨는 “보육교사들이 지자체나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가 우리를 필수노동자라고 치켜세우지만 여전히 페이백은 만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필수노동자 보호 관련 법안에 국가와 지자체 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실질적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민간에 과도한 역할 부여는 삭제하고, 필수노동자보호위원회에 필수노동자 참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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