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고용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용사유를 제한해 비정규직 확산을 막고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겠다던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추진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포괄임금제 개선과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는 노사 의견을 듣고 방향을 잡겠다고 했다. 코로나19 고용충격으로 지출이 증가했지만 올해는 고용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재갑 장관 출입기자단 온라인 간담회

이 장관은 24일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고용·노동정책 추진현황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국정과제에서 두 가지 방식을 통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사유 제한 등을 포함한 비정규직 감축 로드맵을 제시하고,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통해 민간부문으로 분위기를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임기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공약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상당한 성과가 있기는 하지만 자회사 방식으로 인해 노정-노사-노노 갈등이 적지 않게 불거졌다. 민간부문 확산 성적표도 좋지 않다. 심지어 민간·공공부문을 합한 평균 정규직 전환율이 과거 정권보다 낮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우리 정부에서 정규직 전환율이 떨어졌다는 지적은 성급한 결론으로 보인다”고 부정했다.

사용사유 제한을 통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할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 지원단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정부가 2019년부터 운영하는 지원단은 고용구조 개선을 희망하는 사업장이 신청하면 구조 진단·개선절차·개선 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정 같은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는 컨설팅 사업을 한다. 비정규직 대책을 기업 자율에 맡기는 조치다.

포괄임금제 개선과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문제는 노사 협의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심층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포괄임금제 지침을 다듬고 있고, 노사의견을 수렴해 언제 발표할 것인지와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를 검토하겠다”며 “5명 미만 사업장 중 근기법 적용이 필요한 분야를 찾고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어느 시점에 할 수 있을 것인지 노사와 협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중 내놓을 계획이던 포괄임금제 관련 지침 발표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근기법 전면적용 ‘범위·시점’ 노사 의견 청취
고용보험료율 인상 올해는 없을 듯

특수고용직 노조할 권리 문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는 카카오모빌리티와 대리운전 등 특수고용직이 신청한 노조 설립신고증을 발부하고 있지만 후속대책까지 나아가지는 않고 있다.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회피하고, 노동위원회가 교섭해태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사용자측 행태가 반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해 특수고용직에 온전한 노조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입장도 다르지 않다.

이 장관은 “특수고용직 노조 교섭 과정에서 발생하는 쟁점에 대해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려 한다”며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교섭 과정에서 발생하는 쟁점을 정리하고 방안을 논의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7월1일부터 5명 이상~50명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는 계도기간 없이 적용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 장관은 “돌발적 사태로 연장근로가 필요하면 특별연장근로인가제로, 예상되는 업무량 변동은 탄력근로제로 기업이 대응할 수 있다”며 “현재 제도를 통해 50명 미만 사업장도 주 52시간제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4월6일부터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다.

고용보험료율 인상 논의는 코로나19 고용충격 진정세를 봐 가며 가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기업·소상공인·근로자 모두가 힘든 상황이어서 보험료 인상은 어려울 것 같다”며 “(적립금 여유가 있는 등) 당장 보험료를 올려야 할 상황은 아니고, 경제상황을 보면서 인상 논의 시점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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