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정부가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한 화이자 백신 물량 가운데 약 6만명분이 이달 국내에 들어온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가장 먼저 접종받는다. 백신 접종 우선순위는 고령층과 방역 의료진·보건의료인에 맞춰져 있다. 필수노동자로 불리는 경찰이나 소방공무원·교사·택배 노동자들은 3분기나 돼야 접종을 받을 수 있다. 대면업무가 불가피한 필수노동자가 백신 접종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서 일하는 의사·간호사·병원 종사자 등 의료진에게 최우선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할 방침이다. 먼저 백신을 맞게 될 의료진은 거점 전담병원 및 감염병전담병원, 중증환자치료병상,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하는 의사 약 9천900명, 간호사 2만9천200명, 기타 인력 9천800명 등 4만8천900명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계획’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하되 접종 순서와 백신 공급상황에 맞춰 차례대로 접종하겠다”며 우선접종 순위를 공개했다. 접종순서는 코로나 감염시 중증진행 위험·의료와 방역체계 및 사회안전·코로나19 전파특성 등을 고려해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정부는 우선 1분기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입원·입소자와 종사자, 코로나19 치료 의료진 등 130만명에게 접종하겠다는 계획이다. 2분기는 고령자와 의료기관 종사자 장애인·노숙인 등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900만명이 목표다. 나머지 3천325만명은 하반기 접종이 이뤄진다. 군인·경찰·소방·사회 기반시설 종사자와 소아·청소년 교육·보육시설 종사자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40개 인권시민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고 “백신 우선순위 및 배분 결정은 인간의 존엄과 권리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매년 65세 이상 모두에게 무료로 접종하는 독감백신의 접종률은 단 한 번도 85%를 넘어 본 적이 없다”며 “의료기관 종사자에 병원의 정규직 직원이 아닌 파견업체 돌봄노동자나 시설관리자가 포함되는지, 이동이 어려운 독거노인과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접종 방법은 마련했는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홈리스와 이주민과 난민에게 차별 없이 백신 접종이 이뤄질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시민참여형 방역거버넌스를 구성해 인간의 존엄에 기반한 인권 원칙을 모든 논의와 결정 과정에 반영하고,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필수노동자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큰 필수노동자 보호법에는 예방조치를 필수노동자에 우선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런 원칙에 정부와 여당이 공감하는 것 같은데 백신 공급에는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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