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에서 20여년간 일하다가 폐암에 걸린 노동자가 과거에 석면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현재 작업환경에서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더라도 추정의 원칙에 근거해 직업성 암의 인정범위를 판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8일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던 A씨의 폐암이 직업성 암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A씨는 1995년 한보철강 시절 입사해 2014년 비소세포 폐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전기로 철근공장과 제강공장에서 크레인 운전기사로 19년9개월간 일했다. 150톤 전기로에 고철을 투입하는 장입용 크레인을 주로 운전했다. 크레인 운전 외에도 주 1회 삽이나 에어건으로 크레인 천장에 쌓인 분진을 쓸어 담거나 장비를 점검하는 업무도 했다.

공단 직업환경연구원은 A씨가 일한 철근공장과 제강공장에 세 차례 작업환경 노출평가를 실시했는데 폐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형 유리규산’ 이 검출되지 않거나 노출기준보다 낮았고, 석면은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A씨가 과거에 일한 크레인은 지금과 달리 유해물질 유입 차단용 이중문과 양압설비가 없었다. 석면 규제가 시작된 2009년 이전에 크레인으로 운반한 고철에 석면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점, 고온작업으로 인한 상승기류 때문에 분진과 유해물질이 바닥보다는 30미터 높이의 크레인에서 더 많이 검출된 점 등도 주요하게 고려됐다. 공단은 이를 토대로 A씨가 상당 수준의 석면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7년에도 공단은 현대제철 연주공장에서 기계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의 폐암을 직업성 암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김민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는 “이번 역학조사 과정에서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폐암과 백혈병 등 암 발병자와 사망자가 10~20여명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석면폐암이 최소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긴 잠복기를 거쳐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자세한 실태파악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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