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정부 노조법 개악안 반대·ILO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결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안과 함께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를 앞두고 135개 노동·시민·종교단체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단체들도 다수 참여했다. 공대위는 정부가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을 ‘개악안’이라고 규정하고, 조건 없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요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30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ILO 기본협약 비준 관련 노조법 개정안을 심의한다.

“노조법 개정 없이 ILO 협약 비준하면 돼”

이들 단체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고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라”고 촉구했다. 공대위에는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예수살기를 비롯한 135개 단체가 함께했다. 공대위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과 관련해) 사용자 단체를 중심으로 엄청난 여론 공세가 있다”며 “여론전을 잘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기자회견이나 간담회 등을 진행하고 국회에서 (개정안) 통과 움직임이 있으면 국회 환노위나 원내대표단 면담을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6월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서다. 정부는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려면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에는 실업자·해고자에게 노조가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사업장 내 주요시설 점거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같은 내용이 담겼다.

공대위는 이날 노조법 개정 없이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면 비준안이 효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헌법 6조를 근거로 삼았다.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대표는 “(기본협약 비준 때문에)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구실을 대면서 이런저런 군더더기를 붙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법리적 타당성이 별로 없다”며 “혹시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비준한 기본협약을 기준으로 법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을 안 거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 정부·더불어민주당 이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성토하는 양대 노총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한국노총은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노조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다음달 1일부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25일 총파업에 이어 이달 30일과 다음달 3일에도 행동을 이어 갈 계획이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촛불을 들어 현 정권 출생의 기반이 된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이 기자회견에 함께했다는 것을 청와대와 21대 국회는 매우 준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지금까지 (ILO 협약 비준을) 차일피일 미뤄 오기만 하다가 최근엔 한·EU FTA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제적 망신살이 뻗치는 지경까지 왔다”며 “이제는 노동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어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우리 정부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노동장을 어겼다며 분쟁해결 절차 돌입을 예고한 상태다. ILO 기본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경총과 대한상의·전경련을 포함한 재계 32개 단체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과 관련한 공동의견을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재계는 정부 개정안에 담긴 해고자·실업자 등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정부 개정안은 노조측에 편향된 내용으로 마련됐다”며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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