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편집 김효정 기자

중학교 행정실장이 폭우 속에 옥상에서 시설물을 점검하다가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회계 출납업무를 담당하는 학교 행정실장이 시설점검 업무까지 도맡다가 발생한 사고다.

24일 경기도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조(위원장 이혜정)에 따르면 지난 19일 성남의 한 중학교에서 행정실장으로 일하는 A씨(46)가 수배전반 교체 작업을 살피기 위해 고압 전기장비가 설치된 시설물을 점검하다가 침수된 바닥의 빗물 때문에 고압전기에 감전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A씨는 생명에는 이상이 없지만 3~4도의 중증화상을 입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의 가족들은 의료진으로부터 양 팔에 화상이 심각해 두 손을 절단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인력 부족에 비전공자가 점검하다가 사고

사고가 난 19일은 104년 만에 11월 최대 강우량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폭우가 내렸다. 경기 성남지역도 많은 비가 쏟아져 호의주의보가 발효된 상황이었다. 이처럼 많은 비가 내린 날, 고압전기가 흐르는 시설물을 전기 전공자도 아닌, 학교 회계출납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실장이 점검하다 벌어진 사고여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혜정 위원장은 “학교마다 전기안전 관리자를 선임하도록 돼 있지만 상당수 학교는 비용 문제로 외부 용역업체에 맡겨 놓고 있다”며 “관리할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전기업무를 전혀 알지 못하는 행정실장이 시설점검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학교 행정실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안전보건교육도 받지 못하는 등 업무상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사각지대에 있는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노동자 산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고시를 통해 공공행정 등 현업업무 종사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으로 명시했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은 내부 지침으로 ‘학교 시설물 설비·장비 유지관리 업무’ 종사자에서 행정사무직은 제외한다는 규정을 뒀다. 시설관리 직군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시설관리직 충원하거나 안전교육 받아야”

이 위원장은 “시설관리 직군이 있지만 2012년 8월 이후 신규채용이 단 한 번도 없어 대부분 교육행정직은 학교 현장에서 사무와 시설현업까지 도맡고 있다”며 “이런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감소한 시설관리직 정원만큼 충원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해 체계적인 재해 예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행정실장은 회계출납 뿐만 아니라 시설관리 총괄 업무도 하기 때문에 시설물을 점검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행정실장이 비 오는 날 고압 전기 시설물을 점검한 이유는 학교측에 알아볼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가 난 A씨는 공무원 재해보상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학교에서 가스안전관리·소방안전관리·어린이 놀이시설관리·미세먼지 관리·석면 관리·공기정화장치 및 승강기 관리 등 각종 안전관리의 업무와 책임이 행정실장에게 전가돼 있다”며 “시설책임자가 행정실장으로 돼 있는 이유는 전문 교육이나 지식과 관계 없이 학교의 편의만 고려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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