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근로감독관(산업안전감독관) 증원과 산업안전행정체계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안전감독관을 2년에 걸쳐 300명가량 증원하고 건설산재를 전담할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담조직 신설은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을 실-본부-청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자는 논의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노동부와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는 근로감독관 증원과 건설현장 점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담조직 신설 방안 논의를 조만간 시작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전체 산재 사망자수가 조금씩 줄어들지만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다”며 “필요하다면 산업안전감독 인원을 더 늘리고 전담조직을 구성해 중소 건설현장을 밀착 관리하는 등 상시적인 현장점검 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세월호 참사 난 2014년 산재사망자도 줄어
산재 제도 변화 없었지만 기업 경각심 가져
문재인 대통령 ‘산재예방대책 지시’ 배경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산재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한 해 1천명 안팎이던 희생자를 500명 밑으로 끌어내린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 같은 목표치를 제시한 데에는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영향을 줬다.

<매일노동뉴스>가 안전보건공단 내부자료를 입수해 살펴보니 사고가 발생한 연도를 기준으로 2008년부터 2013년에는 매년 1천100명대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정부 공식 산재통계는 산재승인을 받아 산재보험 급여지급을 완료한 재해수를 합쳐 발표하는데 사고발생연도와 급여지급연도가 다르다. 대체로 사고재해는 1년 뒤, 질병재해는 사망 뒤 5년 뒤 정도에 급여지급이 완료된다. 공단은 산재 사망사고를 떼어내 사고연도를 살폈다.

정부가 발표한 산재통계로 사망자 992명이던 2014년, 그해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공단 추산 통계로 932명이다. 2013년 1천111명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해 별다른 산재 제도 변화가 없었는데도 일어난 현상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으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제도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자 2015년에는 977명으로 늘었고, 2016년에는 1천명 수준을 다시 넘어섰다.

이 경험은 사고 산재가 감소할 여지가 있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 문재인 정부가 산재 사고사망자 절반 감축을 목표로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산업안전감독관을 포함한 근로감독관을 늘렸고, 2018년에는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 죽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됐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산재사망자는 2017년 975명에서 2018년(917명), 2019년(873명)을 거치며 감소했지만 500명 이하와는 거리가 멀다. 청와대는 최근 국정목표 달성 가능성을 점검하며 산재 분야의 미흡한 점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 발언은 내부 점검 결과를 보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

▲ 자료사진 <이재 기자>


산업안전감독관 증원 가닥
산재예방보상정책국 역할 강화
힘 받는 산업안전보건위 합의


지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 내 사전 교감이나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전격적으로 말했다”며 “지시에 따라 여러 부처가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근로감독관 증원·전담조직 신설이라는 대통령 구체적 지시에 따라 자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산업안전감독관은 2021년과 2022년 2년에 걸쳐 300명을 증원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448명이던 산업안전감독관 정원을 올해 705명으로 증원한 바 있다. 8월 기준으로 578명이 현장에서 뛰고 있다. 공개채용 같은 채용절차를 계속 밟고 있다. 여기에 300명을 증원하면 정원은 1천명대가 된다.

건설산재를 담당할 전담조직 신설은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 안에 가칭 건설산재예방정책과를 신설하는 방안, 별도 TF를 꾸리는 방안 등 다양한 구상이 나오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든 산재예방정책국의 역할이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노동부 관계자는 “건설안전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을 만들고 인력을 확충한다는 큰 그림은 나왔다”며 “결국 산재예방보상정책국 확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노동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제별위원회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합의를 현실화하기 위해 장기계획을 세우고 있다. 바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이다. 먼저 국을 실 규모로 확대하고, 이어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와 유사한 형태인 산업안전보건본부로 만든 뒤, 종국에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로 나아가자는 구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정부 차원의 재해예방체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이 정착했다”며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산재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고, 그를 위한 산재예방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정부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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