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놓고 논란이 불붙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노총과 함께 지난 12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발의하면서 법 제정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같은당 장철민 의원이 16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발의계획을 발표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정부·여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의지를 의심하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 반면에 장철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은 입법 취지와 목적이 다르고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입법방향은 무엇일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왜 망설이나
강은미 정의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 강은미 정의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40명 사망), 같은해 GS리테일 물류창고 화재 사고(8명 사망)에 이은 올해 한익스프레스 이천물류센터 공사장 화재 사고(38명 사망·10명 부상)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발생한 참사다.

한익스프레스 이천물류센터 사고 과정을 보면 발주처는 팀장을 통해 준공일 단축을 지시했고, 주간공정회의 등을 통해 공유·집행됐다. 공기 단축을 위한 충분한 검토·안전조치가 미비한 상태로 위험한 작업이 이뤄졌고 이는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다.

이 작업에는 발주처와 원청, 그리고 하청 7곳이 관여했다. 이 사고로 8명이 구속됐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2명뿐이다. 감리 2명 외 원청의 본부장과 안전관리책임자 등 3명, 하청 소속 소장 등 3명이다. 사고 원인을 제공한 발주처는 팀장선에서 형사상 업무상과실치사로, 시공사 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불구속됐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2018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이후에도 올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화물차 운전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했다. 원·하청 2곳, 화물차주 다자관계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최근 부산 경동건설은 작년에 발생한 하청노동자 추락 사망시 ‘관리감독자 지정서’를 위조하며 하청과 고인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전가했다.

위험의 외주화는 산업안전에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고, 현행 산업구조에서 그 책임은 하청과 재해 당사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430건 중 84.9%(365건)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최근 발의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에서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을 4년간 유예하자는 것은 사실상 중대재해를 방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사고로 인한 재해사망은 떨어짐(38.3%)·끼임(11.5%)·부딪힘(10%) 순이다. 상당수가 건설업의 원하청 관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신고된 302건의 중대재해 중 사망사고는 294건이다. 이 중 2명 이상 사망 사업장은 9건으로 단 3%에 불과하다. 1명 사망 사업장이 96.9%(285건)를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중대재해 중 ‘동시에 3명 이상 사망’한 경우는 단 2곳이고, 해당 기간 ‘3명 이상 사망’은 4곳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따른 과징금 부과 대상은 총 6곳으로 전체 302건 중 2% 수준이다. 올해 4월29일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고를 낸 ㈜건우는 같은달 13일에도 다른 현장에서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하청업체는 금전적인 이유로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지 않았다. 비용이 생명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중대재해는 위험한 작업 현장, 기업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이윤 중심의 조직문화, 재해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선고된 벌금액 평균은 자연인 420만원, 법인은 4천480만원이다. 김용균 사망 이후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에도 중대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관리책임자 등 행위자 처벌에 머물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일보다 재해 사후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그릇된 인식과 기업문화가 중요한 원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최종 경영책임자가 발생한 재해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문화를 바꾸고 산재를 예방해 우리 사회 전반적인 안전의식에도 기여할 것이다.

정의당 국회의원들은 끊임없는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외치며 돌아오지 못한 그들의 모습으로 1인 시위를 해 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주저하게 하는 이들은 죽음의 공범자들이다. “국가가 기업에게 살인 면허를 내준 것”이라는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의 절규를 더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한다는 것을 이 법의 통과로 보여줘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모두 필요해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나는 지난 16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자 범위를 확대하고, 과태료·과징금·형사처벌 수준을 상향하는 내용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미리 말씀드리자면, 내가 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양자택일해야 하는 법이 아니다. 국회 논의 절차를 봐도 산업안전보건법은 내가 속한 환노위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형사법적 특례에 대한 법이기 때문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한다. 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또는 다중인명피해기업처벌특별법의 취지에 크게 공감하며,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면 찬성할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이미 발의됐는데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는 당연히도 둘 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흔히 ‘윤창호법’이라고 부르는 음주운전처벌강화법은 두 개의 법안으로 이뤄져 있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음주운전의 기준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에서는 처벌을 강화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관계도 이와 같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예방을 위해 누구에게 어떤 구체적인 책임이 있는지를 다루는 법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형사처벌을 특별히 강화하는 법안이다. 그렇기에 산업안전보건법을 꼼꼼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내가 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첫째,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책임자 확인 의무를 부여하고 확인하지 않을시 최고 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여하도록 했다. 많은 산재사고에서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는 “현장의 위험성을 잘 몰랐다”며 책임을 피한다. 내 개정안은 과태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대표이사가 직접 안전을 확인하고 서명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해 사고 발생시 책임을 면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평소에 음주운전 단속을 자주 해야 한다고 명시해 애초에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다.

둘째, 노동자 사망에 대한 회사 법인에 대한 과징금을 최대 100억원으로 신설했다. 당연히 법인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현장책임자 개인만 산재사망에 책임을 지고 회사가 타격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회사가 산재예방에 선제적인 투자를 할 이유가 적었다. 중대재해시 회사가 아예 망할 수 있는 경우를 만들어 회사가 산재예방에 더 많은 돈을 미리 쓰도록 하는 방안이다. 개정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단 ‘과징금’ 조항을 신설한 만큼, 어떤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추가적으로 개정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셋째, 산재 예방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난 경우의 형사처벌을 강화했다. 내 개정안과 무관하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시 산업안전보건법 및 형법상 형사처벌 규정과의 관계는 정리돼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사고를 처벌하는 현행법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제 입법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지길 기다리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규정을 방치할 수는 없다. 나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판례를 고려해 가능한 최대한의 상향안을 제시했다. 이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한 획기적인 법리 전환에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김용균님 사망사고 등 수많은 산재사고, 또 세월호·가습기 참사 같은 다중인명사고를 미리 막지 못하고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했다는 우리 모두의 부채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위한 국민적 열망으로 모아지고 있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다. 그러나 모든 엄벌주의는 구조적 문제를 특별히 악랄한 개인만의 문제로 바꾸고, 정작 사법처리 과정에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엄벌을 피할 위험이 항상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일매일의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산재예방에 인력과 자본을 쓰도록 하고, 사고시 책임소재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하는 지난한 반복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아니면 다 필요 없다는 프레임은 안전한 일터를 위한 입법을 더 더디게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둘 중 하나에 힘을 싣겠다고 결정한 바 없고, 무엇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양자택일처럼 논의돼선 안 된다. 더 열심히 하겠다. 모든 국민이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의 노력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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