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이정화씨는 원장에 의해 하루아침에 ‘아동학대범’으로 내몰렸다. 나중에 경찰에서 무혐의로 판명 났지만 12년차 교사로 자부심을 갖고 일했던 그는 우울증을 피하지 못했다. 원장은 이씨와 동료 교사들에게도 아동을 학대했다며 퇴사를 요구했다. 이씨와 동료들은 그간 원장과 나눈 대화 기록과 통화 녹음을 수집해 고용노동청에 직장내 괴롭힘을 시정해 달라고 진정서를 냈다. 시청·시의회에도 알렸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동료들의 존재가 큰 힘이었다. 직장갑질119와 보육교사 노조를 알게 돼 법률 대응의 도움도 받았다.

원장은 병원 입원을 이유로 시청 감사를 피해 다녔지만, 학부모들이 나서 탄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원장은 결국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 계약을 해지당했고, 어린이집은 사회서비스원에 위탁됐다. 이씨와 동료·노조·학부모·지역 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 만들어 낸 성과였다. 이씨는 “어린이집은 직장내 괴롭힘이 많은 편”이라며 “교사들이 어린이집 원장 갑질에 당하고만 있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15일 직장갑질119가 ‘2회 직장갑질 ‘뿌’수기 공모전’ 수상작을 공개했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지난 9~10월 갑질 근절 사례를 담은 수기를 공모했다. 이씨의 수기는 이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좀처럼 노조 가입이 쉽지 않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게 노조의 중요성을 일깨운 작품으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도 인권센터를 통해 5명 미만 사업장의 갑질을 고발한 사회복지사의 수기’와 ‘공공기관 안심신고 시스템을 이용해 갑질 근로자를 고발한 공공기관 계약직 노동자의 갑질 극복기’가 각각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직장갑질119는 “수기 공모전 사례에서 보듯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법을 개정해 5명 미만 사업장·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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