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ㅇ기업에서 일하는 방해숙(51)씨는 지난 1월 입사한 이후 업무와 무관한 외모·복장 지적을 들어야 했다.

방씨는 밀폐공간 산소·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거나 밀폐공간에서 작업하는 노동자의 작업상황을 감시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상사에게서 “화장을 왜 안 하냐”는 질책을 들었다. 더워서 작업복 지퍼를 내려도 지적이 뒤따랐다. 회사 대표나 반장·직장 등 관리자를 만날 때에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마스크와 두건을 꼭 벗어야 했다. 상사는 “규정이니 지켜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방씨가 이러한 규정에 반발해 문제 인물로 ‘찍힌’ 뒤에는 동료들의 감시를 받게 됐다. 담당구역이 다른 동료가 방씨가 맡은 구역에서 방씨를 쫓아다니며 사소한 트집을 잡았다. 퇴근 이후 방씨와 밥을 먹은 또다른 동료에게는 “방씨와 어울리지 마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다음달 2일부로 계약종료를 통보받은 방씨는 지난 6일부터 회사 앞에서 1인 시위을 시작했다.

방씨처럼 ㅇ기업에서 밀폐감시업무를 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이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6일 오전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ㅇ기업의 직장내 괴롭힘은 일상적인 형태로 오래 지속해 왔다”며 “피해가 몇몇 노동자에게 국한한 것이 아니라 다수 노동자에게 전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회에 따르면 ㅇ기업 직원 80여명 가운데 약 60명이 밀폐감시업무를 담당하는데 모두 여성이다. 이들은 10개월짜리 계약직으로 최저시급을 받고 일한다.

지회가 ㅇ기업에서 재직 중이거나 일하다 그만둔 3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28명(85%)이 “직장내 괴롭힘이 있다”고 답했다. 28명 중 “직접 경험했다”고 답한 사람은 17명(52%)이었다. 직장내 괴롭힘 중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관리자와 동료를 이용한 감시와 통제”라고 답한 사람이 14명으로 43%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모욕”이라고 답한 사람이 7명으로 21%를 차지했다.

직장내 괴롭힘이 이어져도 선뜻 문제제기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단기계약직이기 때문이다. 방씨는 “괴롭힘을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은 관리자들이 노동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회는 “ㅇ기업 대표는 직장내 괴롭힘을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지회는 통영고용노동지청에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시정 권고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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