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민방송MWTV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지난해 6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 A(24)씨는 제조업에 종사하며 주로 용접작업을 했다. 일한 지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용접 도중 발생하는 가스로 만성비염이 심해졌다.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사업주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다. 현행법상 사용자의 허가 없이 이주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사업주는 “1년을 채우면 다른 데로 보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사업장 변경을 요청하자 사업주는 “3년을 채워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급기야 지난 7월 A씨 체온이 37.5도라며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보건소에 같이 다녀온 뒤에는 감금당하다시피 했다. 사업주는 “코로나19에 걸렸으니 회사 근처 창고에서 나오면 안 된다”고 했다. A씨는 비가 새는 창고에서 지내다 ‘3년 동안 일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나서야 창고에서 나올 수 있었다. 나중에 보건소 체온 기록을 확인한 결과 36.2도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업장 변경 요청에
“1년 일하면” → “3년 일하면”


A씨는 사업주에게 폭행을 당한 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고 나서 사업장 변경 신청을 접수할 수 있었다. A씨는 “상해진단서를 가지고 고용센터에 찾아가 임시 사업장 변경 조치를 해 달라고 말했지만 담당자는 노동청에서 조사한 결과를 가져와야 처리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이주노동자들은 본인이 원할 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 탓에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참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민주노총을 포함해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추진모임’ 주최로 18일 오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피해 증언대회’가 열렸다. A씨 뿐만 아니라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 불합리한 대우를 겪고 있었다.

“강제노동 금지원치에 위배”

현행법상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은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다. 이마저도 이주노동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계속 일할 수 없을 때, 계약기간 만료, 당사자 간 자율 합의에 의한 해지 등으로 제한돼 있다. 고용노동부장관 고시에 따라 노동조건 위반이나 부당한 처우에 해당하는 경우 횟수 제한과 무관하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지만 노동자가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폭행과 폭언이 반복되고 장시간 노동에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노동자라면 직업 선택과 변경의 자유가 있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이러한 기본적 권리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아 변호사(법률사무소 생명)는 “이주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장 변경이 금지돼 있고 제한적으로 사업장 변경의 사유와 횟수를 인정하고 있다”며 “현행 고용허가제도는 국제노동기준이 정한 강제노동 금지 원칙에 위반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5명은 지난 3월15일 헌법재판소에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해 사실상 강제노동시키고 있다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25조(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의 허용) 1항·4항과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고용노동부 고시 2019-39호) 4조·5조·5조의2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제한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기각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