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희롱 가해자 4명 중 1명은 개인사업주와 법인 대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현행법상 직장내 성희롱 예방·금지의무 주체가 사업주로 명시돼 있어 상급자로 분류되는 법인 대표는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다.

서울여성노동자회·국회여성아동인권포럼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모임방에서 ‘법인대표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는 상담창구 평등의전화에 2018년 1월1일부터 2020년 7월까지 접수된 직장내 성희롱 상담사례 1천847건 가운데 여성노동자 신규상담 864건을 분석한 결과, 사장에 의한 성희롱이 205건(25.3%)이었다. 이 중 법인인지 개인기업인지 파악할 수 없는 사업장을 제외하고 법인 대표 114건, 개인사업주 77건으로 조사됐다. 법인 대표에 의한 성희롱이 개인사업주에 의한 성희롱보다 1.5배 많은 셈이다.

문제는 법인 대표의 경우 사업주가 아닌 상급자로 분류돼 현행법상 처벌규정을 피해 갈 구멍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한 규정을 적용받는 대상은 ‘사업주’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공개한 고용노동부 질의회시에 따르면 법인 대표자는 상급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부회장은 “사업주 성희롱은 사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고용노동부에 바로 진정할 수 있지만 법인 대표는 사내 조사·징계 절차 등을 확인 후 진정하는 것을 기본 절차로 하고 있다”며 “사내신고절차를 진행하면 법인 대표에게 성희롱 사실을 알리게 돼 ‘셀프징계’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허점으로 법인 대표 성희롱 피해자들은 2차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희롱 신고 이후 불리한 처우가 있었는지 여부를 물어보니 “있다”고 답한 사람이 89%였다. 불리한 처우의 유형은 집단 따돌림과 폭언·폭행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겪은 사람이 40.9%로 가장 많았고, 파면·해임·해고 등 불이익 조치를 당한 경우도 12.1%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정의규정의 주체를 사업주에서 사용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재진 공인노무사(일과희망노동사무소)는 “법인 대표 성희롱은 사업주에 포함되지 않아 처벌이 면제됨으로써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남녀고용평등법의 범위를 사업주에서 사용자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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