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근 과로사에 내몰린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 거부를 선언하자 물류대란을 우려한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했다. 그만큼 물류는 이제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수많은 제품과 원료를 대량으로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비와 노동자들의 노동이 있어야 한다. 운송을 위한 화물차뿐만 아니라, 그 화물차에 입고·적재하기 위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들이 숨 가쁘게 움직여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를 지게차·구내운반차·화물자동차·셔블로우더 등 원동기를 내장하고 있는 것으로, 불특정한 장소에 스스로 이동이 가능한 차량으로 정의하고 있다. 산업현장에 꼭 필요한 기계로 주로 중량물을 운반한다.

단일기계로 사망사고 1위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6~2018년 단일기계 사고가 원인인 사망 사건 중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 지게차다. 2011년에만 지게차로 인한 재해가 1천400여건이다. 사망자는 58명이나 됐다. 현재 전국 10만개 사업장에서 24만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실태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조사 보고서 대부분은 법 위반 사항을 중심으로 재해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지게차 사고 원인과 발생형태를 살펴보면 무자격자 운전에 따른 충돌·깔림, 운전자 시야 미확보에 따른 작업자와의 부딪힘, 운전자 좌석 안전띠 미착용에 따른 깔림, 적재 화물이 떨어지면서 화물에 맞는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중대재해조사 보고서는 법 위반 사항을 파악하는 것 외에 산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사업의 중요한 정보로 활용할 수가 없다. 중대재해 근본원인을 찾기 위한 조사가 병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업계획서 작성여부, 신호수 지정 여부 등 법위반을 적발하는 것으로는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없다.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더라도 작업계획서가 부실하거나 작업계획서에 적힌 방식으로 작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대부분에서는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서명만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작업계획서대로 작업하지 않으면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개선을 강제하지 못한다. 동종·유사 사고가 재발하는 원인이 된다.

장비 생산부터 잘못된 구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184조(제동장치 등) 3호에서는 구내운반차와 관련해 “핸들의 중심에서 차체 바깥 측까지의 거리가 65센티미터 이상일 것”으로 규정을 하고 있다. 해당 장비가 중심을 잃고 전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구내운반차와 일부 지게차에서는 이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해당 장비를 생산하는 첫 단추부터 잘못돼 있는데도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는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대전의 한 사업장 노조에서 해당 규정을 충족하지 않은 채 운행되는 장비와 관련해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문제제기했다. 그러자 회사는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에서 잘못 생산한 것이고, 자신들은 구매를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개선대책은 장비 끝에 얇은 철판을 용접해서 65센티미터를 넘겼다.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었다.

대전노동청 감독관은 회사 안전담당자를 만나서 해당 규정을 알고 있는지만 확인하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노조를 통해 확인해 보니 전체 장비가 규정에 미달했다. 생산업체는 그런 기준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노동부는 이제라도 전수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잘못된 장비생산을 지속하게 하는 것은 법위반을 묵인하는 것이다. 지게차뿐만 아니라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에 전체에 대해서 유해하고 위험한 기계·기구로 분류해 관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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