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주화학섬유노조연맹 LG화학노조가 회사의 배터리부문 일방적 분사를 규탄하며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란 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가운데 노동자들이 “회사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LG화학노조(위원장 이상준)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1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농성 3일째인 이날 오후엔 이상준 위원장을 포함한 노조·지부 간부 3명이 삭발했다.

LG화학은 지난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다음달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 계획을 승인받으면 올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을 본격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분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하고 있는 현시점이 회사 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분사 결정과 관련해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 관계자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LG화학 현장직 노동자 반발도 커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LG화학이 세계 1위 배터리 제조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는데, 이에 대한 공정분배 없이 일방적으로 분사를 추진했다”는 이유다.

노조는 “사측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전지 분사설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며 지속적으로 답변을 회피하면서, 뒤로는 노조와 3천500명의 조합원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분사를 추진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LG화학이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돈을 배터리 부문에 투자했을 텐데 실질적으로 수익이 날 시점에 분사하면 그동안 수익을 벌어 줬던 노동자들 입장에선 ‘팽 당한다’는 느낌이 있을 것 같다”며 “배터리 부문 분사는 고용불안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분사 뒤 조합원 간 임금·노동조건·고용·단체협약 격차 발생도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분사로 조합원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고용불안 위기감만 조장하고 있다”며 “일방적 법인분할 즉각 중단과 상시적 고용불안 즉각 해결”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