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사용하는 말들은 양의에서 쓰는 외국말 못지않게 어려운 것들이 많다. 대부분 한자로 이루진 데다 그중에서도 어려운 한자만 골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래 기사에 나오는 ‘담마진’ 같은 말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은 만성 담마진(두드러기)으로 인한 병역 면제, 법무법인 태평양 근무 시절 고액 수임료, 역사관 및 종교적 편향성, 법무부 장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등 정치 사건 대처 논란 등 전방위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2015년 6월8일자 서울신문)

황교안 씨가 국무총리로 제청받았을 때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문제를 다룬 내용이다. 당시에 과연 담마진, 즉 두드러기 정도로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꽤 많은 논란이 있었다. ‘담마진’이라는 생소한 말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기사에서도 괄호 안에 ‘두드러기’라는 쉬운 말을 넣어서 설명을 돕고 있다.

기사를 접한 다음 담마진이 정확히 어떤 병인지 알고 싶어 국어사전을 찾았으나 이상하게 눈에 띄지 않았다. 너무 어려운 용어인 탓에 안 실었나 싶기도 했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은 일상어는 몰라는 전문 용어만큼은 거의 다 모아서 실을 정도여서 의아심이 생겼다. 그러다가 찾은 게 다음 낱말이다.

심마진(蕁麻疹) : <한의> ‘두드러기’를 한방에서 이르는 말.

‘담마진’이라는 말은 그 후 <우리말샘>에 실렸으며,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담마진(蕁麻疹) : <의학> 약물, 감염, 음식물, 곤충에 쏘임 등과 같은 명확한 원인 또는 명확하지 않은 원인에 의하여 피부에 홍반과 함께 일시적으로 부종이 발생하는 병.

담마진(蕁麻疹)도 낯설었는데 심마진(蕁麻疹)은 또 뭔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자세히 살펴보니 둘 다 ‘蕁’이라는 한자를 사용했다. 이 한자가 ‘심’과 ‘담’ 두 개의 음을 갖고 있다 보니 어떤 이는 ‘심마진’으로 어떤 이는 ‘담마진’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황교안씨의 병을 다룬 기사는 모두 ‘담마진’이라는 용어를 썼다. 병역 기록부에 ‘담마진’이라고 표기돼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국어사전에서는 그동안 왜 ‘담마진’은 안 싣고 ‘심마진’만 실었던 걸까. 둘 다 실으면서 동의어로 처리해도 됐을 텐데 말이다.

<우리말샘>에 ‘담마진’이 표제어로 오르게 된 건 필시 황교안씨와 관련한 논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그런 병명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테니 말이다. 이쯤에서 왜 두드러기에게 ‘심마진’ 혹은 ‘담마진’이라는 병명을 붙여 줬는지 알아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 아래 낱말이 실려 있다.

심마(蕁麻) : <식물> 쐐기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80cm 정도이며, 잎은 마주나고 긴 타원형 또는 피침 모양이며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다. 7~8월에 줄기의 끝부분에 연한 녹색의 꽃이 수상(穗狀) 화서로 피는데 위쪽의 꽃이삭에는 암꽃이, 아래쪽의 꽃이삭에는 수꽃이 핀다. 산기슭에서 자라는데, 한국, 일본, 중국, 시베리아 동부, 캄차카반도 등지에 분포한다. =가는잎쐐기풀.

쐐기풀에 쏘여본 사람은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잘 안다. 심마진은 바로 이 쐐기풀의 잎사귀에 쏘였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심마(蕁麻)’는 고려대한국어대사전도 같은 내용을 담아 표제어로 올렸다. 대신 ‘담마(蕁麻)’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만 있는데, 이 대목에서 황망함을 금할 길이 없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나온 ‘담마(蕁麻)’의 풀이는 이렇다.

담마(蕁麻) : <식물> 풀가사릿과에 속한 바닷말. 밀물과 썰물의 경계에 있는 바위에 붙어서 번식한다. 거죽은 미끄럽고 끈적하며 광택이 난다. 식용하며, 이것을 삶은 물로 명주나 비단 따위의 옷감에 풀을 먹인다. 학명은 Gloiopeltis tenax다.

분명히 같은 한자 ‘蕁’을 썼다. 그런데 ‘심마’와 ‘담마’가 정말 다른 식물일까. 고려대한국어대사전 편찬자는 어디서 저런 풀이를 가져왔을까. 풀이한 내용을 보니 해조류인 ‘풀가사리’를 뜻하는데, 어디서도 풀가사리를 ‘담마(蕁麻)’라는 한자로 표기한다는 정보를 찾을 수 없다. 국어사전이 길을 잃어도 단단히 잃었다.

박일환 시인 (pih66@naver.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