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받아 본다는 건 이제 인터넷 쇼핑하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당일 배송도 더는 낯선 일이 아니다. 넓지 않은 땅덩어리와 촘촘한 물류망과 거기 붙은 온갖 첨단 자동화 시스템 때문이라고 하던데, 배달노동자의 근력과 잰걸음과 저녁 없는 삶, 갖은 노하우 덕이라고도 한다. 언젠가 드론이 날 것이라지만, 지금은 사람이 뛴다. 몸을 갈아 넣는 일이라는 게 택배노동자들의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땀에 젖은 사람들은 대체로 부쩍 말라 갔다. 팔뚝과 종아리엔 잔근육이 선명했다. 물량이 넘치니, 별이 빛나는 퇴근길에 아이스크림케이크 사 들고 갈 만큼의 주머니 여유가 생겼는데, 아이들은 잠든 뒤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아침에도 깨지 않았다. 이른 출근, 거기 물류창고엔 다시 명절선물세트가 넘쳐 났다. 당일 배송을 마쳐야 하는 것들이었다. 틈틈이 빵을 뜯고, 포도즙을 챙겨 먹었다. 추석 차례상에 오를 택배를 나르고 날랐다. 밥벌이 나선 사람이 잿밥을 받는 일이 잇따랐다. 택배상자엔 으레 당일 배송 테이프와 취급 주의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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