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거래소 나주본사 사옥. <전력거래소 홈페이지>
전력거래소가 17년 넘게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연차휴가 사용을 막고 12일을 초과해 연차를 사용하면 월급을 깎은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자들은 연차제도를 법에 맞게 정상화하고, 그간 잘못된 정책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 연차를 수당으로 계산해 13억원을 지급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쪽은 연차제도 정상화에 합의하고, 밀린 연차수당 13억원에 대해서도 대화를 통해 풀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17일 전력거래소우리노조(위원장 곽지섭)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6월10일 광주지법에 노동자 219명과 유가족 3명이 지난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연차를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연차수당 13억원을 지급해 달라고 체불임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에서 분사하며 위법적 포괄임금제 적용

사건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한국전력공사에서 분사해 설립된 전력거래소는 급여테이블을 새로 마련하면서 연차를 12일만 사용하기로 하고 12일을 초과해 발생한 연차에 해당하는 연차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포괄임금제를 채택했다. 12일을 초과해 연차를 사용하면 노동자의 사용한 만큼 급여를 차감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12일을 초과한 연차를 사용할 때 무급휴가를 썼다.

전력거래소는 또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면서 기본급의 87%만 통상임금으로 보고 이를 기초로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을 지급했다. 연차수당은 기본급에 포함했다는 이유로 지급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노조는 2018년 단체교섭 과정에서 연차제도 정상화를 요구했다. 동시에 통상임금을 기본급 100%로 적용해 그간 받지 못한 임금을 달라는 소송도 제기했다.

재판은 노조가 이겼다. 광주지법은 같은해 12월 기본급 100%를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수당을 지급했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기본봉급에 연차수당을 포함한다는 규정은 근로자의 연차휴가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노동자의 연차휴가권을 막고 노동을 강요해 무효”라며 “지급하지 않은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연차수당은 통상임금 소송 청구내용은 아니었으나 통상임금을 계산하던 재판부가 이를 확인하고 판시에 포함했다.

그러나 회사쪽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곽지섭 위원장은 “회사는 최근까지 연차제도 개선을 요구한 노조와 노동자의 요구를 묵살해 왔다”며 “법원 판결 이후에도 연차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했다며 기본급 삭감 없이 12일 이상 사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는 신입직원에게 1개월 개근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도록 한 연차사용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도 반영하지 않았다.

“민사액 13억원 주면 회사 어렵다”며 노조 탓하기도

노조는 회사가 노조를 비방하고 조합원을 회유하는 시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곽 위원장은 “사측은 노조 요구에 따른 13억원을 지급하면 재정부담이 크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노조 탓이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연차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진정에 참여한 노동자를 개별적으로 만났고, 그 뒤 조합원 20여명이 탈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노조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세 차례 제기해 부담을 느낀 회사가 지난해 12월께 노무관리자를 교체하고 연차제도 정상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여전히 밀린 연차수당 13억원 관련 소송은 진행 중이다. 노조는 그간 회사쪽이 노조를 비방한 것에 책임 있는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회사쪽 노무관리자는 “앞선 회사쪽의 대응이 무리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경영진이 전향적인 대화를 하기로 했다”며 “노조와 함께 대화해 갈등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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