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길에서 오래 싸운 사람들은 돌고 돌아 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 앞에 선다. 거기 벽에 새겨진 자유·평등·정의 세 문구를 대놓고 의심하는 자는 없었으니 앞자리 모인 누구나가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현수막은 두 개를 준비했다. 카메라 앞에서 읽어 내릴 기자회견문도 두 가지였다. 오래 묵은 오만가지 표정은 꾹꾹 눌러 담은 채 선고를 기다린다. 울고 웃는다. 지금 믿고 기댈 곳은 법원뿐이었던가, 꺼내기를 바라지 않은 현수막과 기자회견문에는 지난 사법농단의 역사를 적었으니 씁쓸한 일이었다. 펼치기를 바란 현수막을 꺼내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뭐 하는 사람이냐고 누군가 물으면 농부라고 해야 하나 고민했다던 늙은 해직 교사는 이제야 할 말이 생겼다고 웃었다. 현수막 붙들고 먼 데만 살피던 덜 늙은 해직 교사는 마이크 잡고 말하다 울었다. 7년, 법의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시름이, 또 주름이 깊었다. 책임과 권한이 있는 자들은 법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만 했다. 다른 길도 많았다고 노조 아닌 단체의 조합원들이 내내 길에서 외쳤다. 돌고 돌아 법원 앞에 섰다. 어느새 정년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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