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차 재난지원금 전부지급과 선별지급을 둘러싼 정치권 논의가 불붙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4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전 국민 1인당 30만원의 2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해 달라”고 청와대와 총리실에 공식 건의했다. 같은날 심상정 의원도 국회 상무위원회에서 “2차 재난수당 지급은 시간 싸움”이라며 “전 국민에게 서둘러 일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어려운 분들을 더 두텁게 하는 게 맞다”며 선별 지원을 주장했다. 안철수 대표도 2차 재난지원금 전부지급 주장을 “인기영합주의” “신금권 정치”로 깎아내렸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나중에 판단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2차 지급을 한다면, 1차 지급과 같은 형태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도권 중심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지원책을 검토할 수밖에 상황이다. 25일 <매일노동뉴스>가 2차 재난지원금 전부지급과 선별지급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 현장 노동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했다.

“시점·지급 효과·가용예산 두고 갈리는 의견”

쟁점은 가용 예산과 정책 효과, 시점 크게 세 가지다.

이 지사가 주장하듯 1인당 3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전국적으로 15조5천520억원이 소요된다. 1차 재난지원금에 버금간다. 하지만 돈이 없다. 홍남기 부총리는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 100% 국채 발행에 의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소비 진작이 아닌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시점이 적절치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2차 재난지원금은 형식이 어떻든 정부가 지급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은 3월30일 비상경제회의 후 확정됐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하위 70% 가구에 대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 지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2월18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뒤 5일 만에 1천명이 확진되는 등 대구·경북 지역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급격히 확산하자 지방정부가 먼저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세웠고, 뒤따라 중앙정부도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현재 상황은 1차 대유행 때보다 좋지 않다. 지난 5월 이태원 클럽과 쿠팡 부천물류센터 등 국지적으로 집단감염해 n차 감염이 발생하긴 했지만, 일정기간 후 확산세가 잡혔다. 하지만 8월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세자리수를 이어가고 있고,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고심 중이다. 3단계에 돌입하면 중위험시설로 카페·영화관·목욕탕 등이 모두 문을 닫는다. 사실상 셧다운 상태다. 경제활동 위축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번 주 내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 정부가 1차 대유행 수준의 지원책을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1차 재난지원금 효과는?

문제는 형식이다. 가용 예산·정책 효과와 관련 있다. 선별지급을 주장하는 이들은 1차 재난지원금이 경기부양에 미쳤던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2분기 이전소득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4만원(80.8%) 늘었는데 같은 기간 가계지출은 7만7천원(2.7%)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가 근거다. 이전소득은 정부가 지급한 지원금과 각종 수당을 말한다.

한지원 사회진보연대 연구원은 이슈페이퍼 ‘코로나 재확산, 고용위기는 어디서 얼마나?’에서 “소비 역시 재난지원금 효과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소득 증가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그 결과 소득에서 지출을 뺀 저축이 16% 증가했는데 이것은 모두에게 같은 액수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홍남기 부총리도 “1차 재난지원금 14조원 지원 중 소비로 이어지는 실질 효과는 3분의 1정도 였다”며 투입자급 대비 효과가 적었던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의 배경이 경제정책 활성화가 아니라,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본다면 해당 통계가 꼭 전부지급을 부정하는 논거로만 보긴 어렵다.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필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소비에 사용하고, 본래 소득은 부채 상환 혹은 미래 대비 자금으로 저축하기로 선택한 것일 수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지출 비율(소비성향)이 고소득층 대비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저소득층에게 재난지원금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긴 어렵단 의미다.

실제 코로나19 피해는 비정규직·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집중됐다. 직장갑질119가 만 19세부터 55세 직장인 1천명(상용직 600명·비상용직 400명)을 조사해 6월 공개한 ‘코로나19 6개월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상용직 400명 중 26.3%는 최근 6개월간 실업을 경험했다. 상용직 600명 중 실업을 경험한 이는 4%(24명)에 그쳤다. 비상용직에는 임시직·일용직·시간제·파견용역·사내하청·프리랜서·특수고용 등이 포함돼 있다. 소득이 낮을 수록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다. 월 임금 150만원 미만을 받는다고 답한 노동자(132명)는 네 명 중 한 명(25.8%)이 실직을 경험한 반면, 3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을 받는다고 답한 노동자(260명) 중 6.5%가 실직을 경험했다. 당장 사용 가능한 자금 지원은 이들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이게 했다는 사실은 짐작 가능하다.

▲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선별지급시 불공정 시비 우려”
“예산은 제한, 필요한 곳에 써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과 형태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기본소득주의자로 잘 알려진 강남훈 한신대(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4분위의 사업소득이 2분기 동안 10.4% 감소했다”며 “50% 선별지급 시 실제 지원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대상에서 제외되는 모순 등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2차 재난소득 관련 논의가 나온 이유는 국민들이 효능감을 느끼고 받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라며 “현명한 방법은 일단 다 주고 나중에 과세 소득으로 예산을 절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종성 가천대 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도 전부지급을 주장했다. 유 교수는 “선별지급의 논란 중 하나는 올해 소득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모두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급하고 소득수준에 따른 과세를 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난수당 논쟁에서 우리가 집중할 것은 고통분담과 이익공유를 어떻게 할지”라며 “모든 사람이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으니 1%씩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 개인소득과 법인소득을 다 포함해 추가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통이 큰 집단인 저소득계층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김원식 건국대(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로 모든 기업이 침체된 것은 아닌 만큼 모든 이들에게 (지원금을) 줄 필요는 없다”며 “저소득층 중심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선별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1차 재난지원금이 큰 효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자영업자들이 생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지원 연구원은 “같은 돈을 다른 곳에 지출하면 더 나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현재까지 1조원 가량의 예산이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7만개 넘는 업체에게 돌아갔는데 벌써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닌 만큼 빚을 내면 언젠가 갚아야 한다”며 “예산 제약을 조건으로 필요한 부분에 잘 쓰는 것에 정부가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노동자들
“필요한 사람 배제되는 일 없어야”


노동계는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 아직 공식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1차 지급 때와 마찬가지로 보편지급 원칙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하나, 공식 논의가 없어 아직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현장 노동자가 실직 기로에 서 있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방역과 고용유지지원금 일반업종 확대 같은 노동자 지원”이라며 “논쟁에 시간을 소모할 것이 아니라 고용유지지원금 연장과 확대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노동자의 의견도 전부지급과 선별지급으로 나뉘었지만, 필요한 이들이 지원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과 더 어려운 이들에게 지원이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결을 같이 했다. 시중은행에 재직 중인 노동자 ㄱ씨는 “원론적으로 전체 지급이 공정하고 형평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자원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확실하게 정해 선별지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선별지급할 경우 못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괜찮다”며 “개인적인 어려움과 별개로 정부가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통제·집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수고용직 대표직군인 학습지교사 ㄴ씨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선별할 경우 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제외돼 받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한 동료들을 봤다”며 전부지급을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에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실질 소득이 감소했지만, 증빙을 하지 못해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한 노동자가 있었다고 한다.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ㄷ씨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정규직은 솔직히 코로나19로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지금 가장 힘든 사람들은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으로 그 분들을 중심으로 한 선별지급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예슬·김미영·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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