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큰 비 그치니 폭염, 땡볕이 따갑다. 어쩔 수도 없어 길에 선 사람들은 가쁜 숨 내쉬어 가며 그저 견딘다. 물기 잔뜩 머금어 무겁던 종이 상자가 다 말라 할매는 그나마 짐을 덜었다. 기근을 버텨낸 노인들이 유모차를, 바퀴 덧대어 개조한 손수레를 부지런히 밀고 끈다. 밀린 밥을 번다. 미룰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고개 숙인 채 느릿느릿 도로가를 거슬러 간다. 별수도 없어 마스크를 챙겨 썼다. 매미 울고 잠자리 온 데 날아 한여름. 폭염주의보는 이제 별일도 아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를 알리는 긴급재난문자가 땀처럼 쏟아졌다. 반 지하방 작은 창문 옆에서부터 시커멓게 번져 나가던 곰팡이처럼 바이러스는 좀체 사라질 줄을 몰랐다. 엎친 데 덥쳤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탄식이 깊다. 저마다의 기도가 간절하기 마련인데, 다 같지는 않아서인지 방호복 입고 땀 흘리던 사람은 오늘 멱살을 잡히고 욕을 듣는다. 수백의 확진자 소식이 들려온다. 문 닫은 가게 주인이,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일터에서 잘린 사람들이 별수도 없어 집을 지킨다. 숨 막히는 여름을 산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