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일 0시 기준 197명을 기록하면서 2차 대유행 우려가 높다. 관광·항공·숙박업 노동자들은 특히 긴장하고 있다. 사그라들 줄 모르는 코로나19가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9월 말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만료되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기간을 2개월 더 연장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하지만 밀레니엄힐튼 서울호텔은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호텔은 이달부터 정리해고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6월부터 시작한 임금·단체교섭에서 노조에 꾸준히 인력감축안을 내밀었다.

최대근(49·사진)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노조 위원장은 “지금은 그런 마음이 없지만 한때는 ‘힐튼맨’으로서 자부심이 있었다”고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힐튼서울호텔은 83년 개관했다. 4년 후 만들어진 노조는 호텔과 역사를 같이했다. 95년 입사했다는 그는 인터뷰 중 “노사가 쌓아 온 신뢰”라는 표현을 썼다. 사측이 내민 ‘정규직 노동자 20% 규모의 구조조정안’이 너무 가혹하다며 한 말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힐튼서울호텔 안에 위치한 노조사무실에서 최대근 위원장을 만났다. 최 위원장에게 교섭 과정과 노조의 계획을 물었다.

“호텔이 단협과 관행 어기고 계약직 해고”

-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있는데 최근 호텔 분위기는 어떤가.
“매출로만 판단하면 상승세를 타는 듯하다. 코로나19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던 3월20일부터 (호텔이) 휴업에 들어갔다. 지금은 유의미하게 경영관련 지표가 올라간다. ‘호캉스’(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로 내국인들이 객실을 이용하면서 조금 올라갔다. 사용자측은 (경영지표) 회복까지 3년 정도 보더라.”

-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계약직 해고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입사할 때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말을 몰랐다. 1995년에 입사했으니까, 수습사원·정식직원이라는 말만 알았다. 이후 비정규직이 (호텔에) 들어오면서 2000년 이후부터 1년 계약을 한 뒤 계약을 1년 연장하고 평가 후에 정규직 전환이 됐다. 문서화한 건 없고 수십 년간 관행적으로 그렇게 했다. 그러다 2018년부터 1년 계약 후 (재계약 때) 1년 미만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2년 이상은 법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약 때 1년 미만 계약을 하고, 계약해지하는 일이 빈번하게 있었다. 노조에서 지난해 교섭을 통해 ‘1년 계약 후 1년 연장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문구를 단체협약에 명시했다.

최근 (코로나19를 이유로 회사가) 3월부터 계약기간 1년10개월, 2년이었던 분들에게 계약만료를 통지했다. 관행에도 맞지 않고 단협 위반이다. 2년 지난 사람들은 정규직 전환 기대권, 1년 지난 사람들은 갱신기대권을 고려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21일에 첫 번째 심문회의가 있다. 평가한 사람(인사담당자)과 통화했는데 인사평가도 좋았다. 고객 평가도, 내부 평가도 좋았다.”

- 6월부터 교섭이 이어졌는데.
“12차까지 했다. 6월3일 상견례부터 회사는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했다. 이유를 간략히 설명하고 90명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숫자계산만 해서 49억원 이상의 인건비 감축을 말했다. 서울지노위 1차 쟁의조정회의는 진행했고, 2차는 19일로 잡혀 있다. 지금 상태로 가면 결렬될 것 같다.”

힐튼서울호텔이 제시한 49억원은 지난해 지출된 인건비 245억원의 20%다. 49억원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약 90명을 해고해야 한다. 현재 정규직 직원의 20% 규모다.

- 노조는 사측의 정리해고안에 뭐라고 답했나.
“노조가 계산한 바로는 (노사가 감축할 비용이) 49억원이 아니라 10억원에서 12억원 정도 나온다. 최근 호텔 내 영업장을 합쳤다. 거기서 발생하는 제 수당이 있다. 야근이 없을 테니 야근수당도 발생하지 않고, 휴가수당 등이 3억원에서 5억원 정도다. 올해 정년퇴직자 17명이 생기는데 노조는 충원을 안 하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비용도 제법 나가니까, 일부는 기존 영업장 인력이 할 수 있다. 하청업체에서 하던 일들, 예를 들어 청소나 외주화한 직원식당을 우리가 할 수 있다. 그 비용을 직접고용하면서 기존 조리사들이 들어가면 된다. 회사도 49억원을 최대치로 계산했을 테니 우리가 계산한 최대치인 10억원에 관해 노사가 고통분담하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회사가 일방적인 고통부담만 요구”

힐튼 서울호텔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7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7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노조는 최근 5년간의 영업손실을 ‘경영실패’로 본다. 노조가 힐튼서울호텔을 소유한 ㈜씨디엘호텔코리아에 관해 외부에 경영분석을 의뢰해 받아본 보고서에는 “감가상각비가 2015년 대비 2019년에 30% 가까이 감소했다. 호텔 시설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노조가 호텔의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던 대로 차입금에 대한 높은 이자 지출도 지적했다. 중간지배회사 차입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이자 지출을 낮추자는 제안이다.

- 노조는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영업손실을 기록한) 5년간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구조조정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임금피크제에 준하는 사람에게 ‘퇴직할래, 임금피크제 받을래’ 하고 선택권을 준다든지. 일반 기업에서는 이렇게 하더라.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구조조정하려다 보니 우리도 부담되고, 회사도 저항에 부딪힌다. 코로나19가 오니까 이걸 호재라고 생각해 악용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충분히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이것 또한 경영실패라고 본다.

우리 조합원들도 그렇고 구체적인 비율은 얘기하지 않아도 (임금)삭감과 무급 순환휴직을 감수하고 있다.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이라는 선택권을 주든지, 몇 가지 옵션을 넣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려고 한다. 출자금 전환이라든지 이자비용이라든지 구조적인 것을 개선해야 한다. 아니면 내년에도 구조조정, 내후년에도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

최 위원장은 “답답해서 회사에 ‘해고하면 현금이 도냐’고 물었더니 교섭 자리에서 ‘해고하면 은행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고 오너가 추가 출자할 수 있다’는 답을 해 돈이 아닌 의지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 노동강도가 높아졌나.
“우리는 정규직이 어마어마하게 줄었다. 1995년에 입사했을 때 정규직 인원만 약 700명이었다. 지금은 상시근로인력이 680명이고, 정규직은 450명이다. 인원은 그대로 존재하지만, 근로계약 조건이 다르다는 말이다. 어마어마하게 노동강도가 달라진 것이다. 정규직 숫자만 봐도 그렇고 연차휴가수당을 보면 알 수 있다. 연차휴가를 못 쓸 정도다. 호텔업계는 웬만하면 쓰는 경우가 많다. 초과근무수당과 산재를 고려하면 얼마나 높은 노동강도를 (노동자들이) 감수하는지 알 수 있다.”

노조는 20일 33주년 창립기념일을 맞는다. 쟁의조정이 결렬되면 이날 결의대회를 연다. 쟁의권을 얻으면 조합원들이 마스크에 ‘정리해고 철회와 총고용 보장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요구사항을 적어 근무할 예정이다.

- 임금삭감과 정리해고 외에 회사가 제시한 다른 안이 있나.
“회사는 노조에 선택권을 줘야 한다. 현재로서는 빈 깡통차를 사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간을 두고 취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다. 다른 기업이나 동종 업계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안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안 한다. (고통분담) 수준에 대한 논의는 하면 된다. (사측 안인) 49억원은 무의미하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다. 회사는 영구히 기본급을 삭감하겠다고 하는데, 노조가 동의할 수 없다. 노사가 서로 믿어야 한다. 30년 넘게 쌓아 온 것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겠나. 이때 신뢰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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